[전문가 기고] 비트코인 버블을 논할 때는 지났다

2023-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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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사진아주경제DB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사진=아주경제DB]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2월 13일 '자산 가격 버블진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나스닥 시장의 버블 가능성은 낮지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버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로그주기패턴 모형(LPPL) 분석 방법은 버블 붕괴 직전 작은 사건이 특징적인 패턴으로 반복 나타난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붕괴가 일어나는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LPPL 모형 분석 방법은 지진 등 특정 주기의 진동이 축적되다가 붕괴로 이어지는 현상을 모델링하는 데 사용하다가 이후 주식이나 주택 가격, 금융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예측하는 데 활용됐다.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17세기 역사상 최초 버블인 네덜란드 튤립 버블이 있었고,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등장한 남해회사 버블과 미시시피회사 버블은 회사 주식을 국채와 연동하는 방법으로 투자자를 현혹한 금융 사기에 불과했다.

튤립은 실재하는 꽃으로 그 가치가 실물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었으나, 투자자들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투매가 시작돼 불과 4개월 만에 99%의 가치가 사라지며 버블이 꺼졌다.

남해회사·미시시피회사는 전통적인 무역과 금융 활동에 기반을 뒀으나 기대했던 수익성이 전혀 가능성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붕괴해, 주가 폭락 후 아예 공중 분해됐다. 남해회사 사태로 정권과 왕실까지 위기에 처하자 영국 의회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회계감사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후 대중으로부터 자금 조달 사업에는 제3자에 의한 회계감사가 필수가 돼 이는 공인회계사 제도의 효시가 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탄생한 비트코인은 채굴 단가와 유통 가격 간 큰 괴리감이 없어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비용이 적자로 돌아서면 채굴을 포기, 공급 물량이 줄어 가격이 자동으로 안정화되는 물리적 형태가 없는 디지털 자산이다. 가치는 시장 수요와 공급, 규제, 기술 발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로, 중앙기관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미래 디지털 통화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이미 인터넷으로 연결된 범세계적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향후 메타버스 세계의 가치 저장과 거래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특히 역사상 버블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수준의 규제를 받고 국가 영향력보다 채굴량 감소 등 독립적인 시장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으며, 미국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임박 등 점차 기존 금융 산업 정식상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법정화폐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미 버블 여부를 논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비트코인이 성공하려면 금융 시스템 규제에 의한 안전성 확립이 중요한데, 미국 등 세계 각국 제도권에 안착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뿐이다.

버블은 비눗방울과 같이 부풀어 오르다 한번 터지면 다시는 버블을 형성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역사상 나타났던 모든 버블은 붕괴 후 사라지거나 가격을 회복했던 사실이 없는 반면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가치 등락 후 반복적으로 가격을 회복해 왔다. 따라서 지금은 비트코인 버블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미래 가치를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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