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요소수 문제, 한중 전략대화로 풀어야 한다

2023-12-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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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9월 초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지 석 달 만에 요소수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었다. 매점매석을 일으킬 정도로 혼란스럽지 않지만, 가수요로 인해 요소수 가격이 단기간에 2배 이상 상승하였으며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구매하기도 어려워졌다.
2년 전 품귀 현상과 이번 부족 문제의 원인은 유사하다. 사드 사태처럼 중국이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제재가 아니라 중국 내 공급 축소를 우려한 중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 때문이다. 그러나 대응과정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기재부가「촉매제(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발표한 2021년 11월 8일부터 2022년 1월까지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를 43번이나 개최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기재부, 산자부, 환경부, 외교부가 협력하여 문제의 악화를 막고 있다.
이번에 상황을 잘 통제한 비결은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지난 2년 동안의 민관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핵심 제품의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안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정부는 다양한 대책들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었다. 조달청은 요소 비축물량(1,930톤)을 긴급 방출하였으며, 기재부는 차량용 요소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제3국 대체수입시의 해상 운송비 일부를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재정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향후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공급망 교란에 대비하여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요 원자재에 대해서는 재고를 예전보다 더 많이 확보하였다. 중국에서 수출을 통제한 비료용 요소의 경우 2023년 1∼7월 기준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국은 카타르(41.1%), 중국(17.4%), 베트남(13.4%) 순이었다. 또한 9월에 차량용 요소 재고는 70일분(민간 재고 55일분, 조달청 비축 15일분)이 확보되어 있었으며, 11월에 2.5개월분이 도입되었다.
더 나아가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 개혁을 위해 공급망 3법을 제정하였다.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은 지난 6월에,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이번 달 8일에 각각 입법 완료되었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은 아직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내년 6월 시행되면, 범정부적 정책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된다. 기재부 장관이 관장하는 이 위원회는 경제안보품목 지정, 공급망 안정화 선도사업자 선정 및 예산・세제・금융 등 지원 등의 위험예방,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현장조사 등의 위험포착, 위기관리 매뉴얼 운영, 위기대책본부 설치 및 위기품목 지정, 긴급수급조정조치 등의 위기대응을 담당한다. 또한 위원회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신설하여 민간기업의 수입국가 다변화, 국내외 생산기반 확충, 기술개발 지원, 비축 확대 등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법제도의 정비는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요 교역국과 경제 교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부족한 물자를 적시에 조달하는 데는 경제안보외교가 필수적이다.
전략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2023년 8월 재무부와 상무부의 차관급 및 국장급 관료로 구성된 금융 및 통상 실무그룹 및 수출통제집행정보교환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소통 채널의 목적은 오판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의 예방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자국은 물론 일본과 네덜란드의 제작장비까지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러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올해 8월부터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이번 달부터는 배터리 양극재 자료인 흑연의 수출통제를 시작하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훨씬 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에 따르면 10대 산업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반도체 소재부품 23.1%, 디스플레이 29.0%, 무선 및 방송통신부품 29.6%, 전자부품 38.0%, 자동차부품 47.4%, 선박용 철강재 41.4%, 석유화학 중간재 36.4%, 공구 및 기계 요소 40.1%, 공작기계 및 산업로봇 31.1%, 전기장비 부품 49.0%, 전기변환 공급제어장치 36.6%, 발전기 및 전동기 36.7%, 양극제 63.7%, 이차전지 부품 및 제조장비 36.0%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하고만 경제안보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있다. 양국 국가안보실이 주관하는 한미 경제안보대화는 첨단기술 공조, 공급망 구축 (반도체, 배터리, AI, 핵심 광물 등),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에서는 바이오, 배터리와 에너지 기술, 반도체, 디지털, 양자 기술을 각각 협의하고 있다.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망 교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중 경제안보 전략대화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고위급 대화의 대부분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약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런 방식의 회담에서는 당면한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과 같은 형식으로 중국과 전략대화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 한중 관계의 악화로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식 회담(트랙 Ⅰ)이 당장 어렵다면 민간 전문가가 참가하는 비공식 회담(트랙 Ⅱ)을 활용하면 된다. 양자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되면, 정책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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