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인 이번 달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난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위해 올해 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비엔나, 9월 몰타, 10월 워싱턴 DC에서 의제를 조율하였다.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 8월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은 물론 10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까지 베이징을 방문하였다. 중국에서는 지난 7월 친강 외교부장, 10월 리상푸 국방부장이 각각 실각하면서, 9월 한정 중국 국가 부주석, 11월 초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의제와 의전을 최종적으로 점검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디커플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개시한 이후 1,300개의 기업과 개인에 제재를 부과하였다. 지난 4월 옐런 재무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 대신에 디리스킹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런 입장은 지난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디리스킹이 디커플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디리스킹의 핵심인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은 디커플킹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베이징을 방문해 차관보급 수출통제 실행 정보교환 및 차관급 상무 워킹그룹 구축에 합의했던 러만도 상무장관은 귀국하자마자 새로운 제재를 도입하였다.
반도체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비관론보다 조금 우세하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군수산업 약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동시에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지난달 20일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1,05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안보 예산을 의회에 제출하였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부정적으로 간주하는 공화당의 반대가 심해 이번 달 3일 하원에서 이스라엘 지원안만 통과되었다.
중국은 해외투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외국인 보유의 중국 채권 잔액이 축소되었으며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보다 5% 이상 감소하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올해 7~9월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자본 회수분이 신규 투자분보다 많았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고 대만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미국 투자자가 중국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 직후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만찬에 참석하여 투자 촉진책을 직접 공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전략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군사 정보 소통 채널을 개선하더라도,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에서 양국이 동의할 수 있는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 또한 미국이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할수록, 중국은 반도체 산업 국산화에 더 많이 지원할 것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구조적 긴장 완화보다는 일시적 휴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의 정치 일정도 정상회담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기기 어려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만약 중국에 양보하는 자세를 보일 경우, 대중 강경론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중국에 약한 정치인으로 더 강하게 비판할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 선거 유세가 본격화되면 온건론에서 강경론으로 선회할 수 있다.
중국은 정상회담의 장소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다.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에서처럼 노동·환경·인권 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시 주석이 2005년 후진타오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에서처럼 시위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도 있다.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양국은 정상회담 장소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향후 한중 정상회담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월 종편 인터뷰에서 "올해가 될지는 자신이 없지만 기대해 주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번 APEC 회의에서도 양자 회담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정상회담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제와 조건이 충분히 성숙되어야 한다. 첫째는 대중 정책의 조정이다. 미국처럼 경제·안보 부처 장관이 디커플링과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확실히 해소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반중 정서의 관리이다. 미국 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올해 77%로 지난해보다 3%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상회담은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