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공사비 검증 업무를 맡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 검증을 전담해왔는데 SH공사의 참여로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 공사비 검증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부동산원 제도와 마찬가지로 검증 결과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12일 SH공사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9월 15일 '공사비검증부'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공사비 검증업무에 본격 착수할 수 있도록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검증 업무 시행에 앞서 시범 사업을 거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를 위해 관련 업무를 SH공사로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이후 SH의 공사비 검증시스템 구축이 다소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3월에 제도 개선 협조 요청을 받은 이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4월까지 관련 연구를 거쳤고, 지난 9월 TF 신설 후 부동산원과 협력해 지난달까지 공사비 검증 업무에 대해 배우고 교류하는 과정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SH를 통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반영해 시스템을 확립할 것"이라며 "시범 사업지가 선정될 때쯤 사업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비업계에서는 공사비 검증제도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는 권고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갈등 해결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검증기간도 통상 5~6개월 이상으로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요청 사례는 제도가 시행된 2019년 2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이달 12일까지 30건을 기록했다. 28건은 검증 완료, 2건은 검증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공사비 검증을 진행하는 기관은 부동산원이 유일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 전문기관의 공사비 검증을 받게 돼 있는데, 전문기관은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공사를 뜻한다. 아직까지 LH는 공사비 검증 조직이 없는 상태다. 향후 SH가 공사비 검증 업무를 맡게 되면 서울시 내 사업은 SH가, 지방은 부동산원이 맡는 식으로 업무가 분담될 가능성이 높다.
서대문구의 한 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국토부나 서울시 등에서 강제성을 갖고 검증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며 "권위있는 검증기관을 통해 기존 부동산원 검증제도보다 보완된 시스템을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