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해보면 한화큐셀은 영국령 케이맨 제도의 페이퍼컴퍼니 집합소로 알려진 어글랜드 하우스(Ugland House)에 주소가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글랜드 하우스는 5층 규모의 아담한 건물에 약 4만여개의 다국적 기업이 주소를 두고 있어 페이퍼컴퍼니 집합소로 알려진 곳이다.
BBC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첫 번째 대선 캠페인에서 어글랜드 하우스를 특정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거나 세계 최대의 세금 사기”라고 비판했다. 5층 규모 작은 건물에 수만개의 다국적기업이 주소를 두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본지 확인 결과 해당 건물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수년 전 전 세계에 공개한 조세회피처(OFFSHORE) 릭(leak)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돼 있는 주소지와 일치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한화큐셀은 한화그룹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거점으로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중간 지주사로 알려져 있다. 독일, 중국, 미국, 칠레 등지에 한화큐셀 자회사만 3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태양광발전 사업은 한화솔루션 내 큐셀 부문, 해외 태양광발전 사업은 한화큐셀이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은 등록지에 사무실도 직원도 상주하지 않는 서류상 회사임에도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3조141억원으로 한화그룹 해외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큰 회사 중 하나다.
실제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 Ltd.)의 영문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화큐셀의 본사는 대한민국 서울에 있고, 기술 및 혁신 부문 본사는 독일 탈하임(Thalheim)의 솔라 벨리(Solar Valley)에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측은 한화큐셀은 2012년 독일 큐셀 인수 시부터 케이맨 제도에 위치하고 있었고 특수목적법인을 양도받아 당시 그 상태로 유지하고 있을 뿐 조세회피 등의 목적은 전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솔라펀파워홀딩스와 독일 큐셀을 인수 합병할 당시부터 존속한 특수목적법인”이라며 “독일 큐셀 인수 시 기존에 존속한 특수목적법인을 양도 받아 그대로 유지 했을뿐 조세회피처에 탈세 등을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사실도 없으며 악용한 사례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법에 따라 세금 등은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실직적 사업이 이뤄지는 국가에서 그 국가 법령에 따라 성실히 사업에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화가 2012년 한화큐셀의 모체인 독일 큐셀 인수 후 회사 등록지를 케이맨 제도가 아닌 타 국가로 변경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큐셀은 한화가 독일 큐셀을 인수 후 지난 10년간 국내외 계열사와 여러 차례 합병됐기 때문이다.
큐셀은 2015년 한화솔라원에 흡수합병됐음에도, 등록 법인의 주소지를 영국령 케이맨 제도로 유지했다. 2018년 한화솔라홀딩스, 2019년 국내 소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추가 합병을 단행했음에도 합병 법인의 등록 주소지는 여전히 영국령 케이맨 제도로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한화 등 다국적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를 국내와 비교가 안되는 세율과 낮은 규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영국령 케이맨 제도는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아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처로 각광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전문가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해서 반드시 불법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조세회피처 국가에 법인 설립은 세금과 규제가 낮고 본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유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