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선점한 '숏폼' 시장…후발 주자 '네카오' 경쟁력은

2023-12-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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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유튜브·인스타 글로벌 숏폼 플랫폼 장악

네이버·카카오, 올해 시동 걸었지만 다소 늦어

차별화로 승부수…시장 완전 내주면 불리해져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숏폼 서비스 '클립' 모습 [사진=네이버]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숏폼(짧은 동영상) 서비스 강화에 몰두하는 가운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의 추격 시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만큼 틈새시장을 어떻게 노리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숏폼 서비스를 하는 글로벌 플랫폼들이 관련 기능을 잇따라 고도화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5일 숏폼 서비스 '릴스'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인스타그램 기프트'를 국내서 시작했다. 팬들이 릴스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 유료 아이템 '스타'를 보내는 방식이다. 릴스 조회수에 따라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도 검토한다. '유튜브 쇼츠'를 운영하는 유튜브 역시 올해 초부터 창작자들의 수익 창출 프로그램인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에 쇼츠를 포함했고, 지난 6월에는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숏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숏폼을 본격적으로 키운 '틱톡'은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이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 중 가장 많은 소비자 매출을 끌어오는 앱으로 매년 꼽는다. 틱톡 성공에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도 뒤이어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는 숏폼 플랫폼 시장 규모가 2023년부터 오는 2035년까지 매년 1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5년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넘어선다고 추산했다.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네이버·카카오도 숏폼 플랫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앱 개편을 통해 숏폼 서비스 '클립'을 전면 배치했다. 네이버가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것은 기술력과 다양한 서비스다.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을 접목해 개인 취향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쇼핑·블로그·카페·지도 등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소상공인(SME)이 제작한 숏폼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블로그에서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태그된 장소에 대한 리뷰를 스마트플레이스에서 확인하고 네이버 지도에서 예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블로그를 비롯해 조만간 출시할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 등 다양한 서비스에 클립 접목을 적극 시도할 방침이다. 우선 주로 텍스트·사진 등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블로거(블로그 창작자)들이 클립을 통해 숏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정식 출시 예정인 치지직 역시 클립과의 연계성을 기대할 수 있다. 게임 스트리머들이 숏폼 형태로 자신들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요약하거나 하이라이트를 부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지직과 클립 모두 이용자 확대가 필요한 초기 서비스이다 보니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우선 카카오톡에 지난 9월 도입된 '펑'으로 숏폼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펑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흡사한 기능으로, 이용자가 사진이나 숏폼을 카카오톡 친구들을 대상으로 올리면 24시간 뒤에 사라진다. 틱톡·릴스 등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향후 유사하게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펑을 통해 숏폼 전문 플랫폼으로 진화할지 아닐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는 자사 포털사이트 '다음' 모바일 앱에서 지난 8월 '오늘의 숏'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양사의 숏폼 플랫폼 진출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좋은 창작자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양사는 출시 초 창작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클립 출시와 동시에 '클립 크리에이터 스쿨' 등으로 대대적으로 창작자를 선발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내년 초 구체적인 수익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CJ ENM·스포티비 등 검증된 콘텐츠사들과 제휴를 맺고 오늘의 숏 콘텐츠를 넓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숏폼 플랫폼의 성장 속 네이버와 카카오도 뒤늦게나마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동영상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놓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지금이라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관건은 후발 주자로서 경쟁력 확보다. 황 교수는 "초기엔 인플루언서나 팬덤 집단들을 어떻게 유입시키느냐와 네이버·카카오를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를 어떻게 숏폼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 숏폼 플랫폼은 아무래도 국내 시장 타깃 콘텐츠가 주로 공급될 것"이라며 "콘텐츠 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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