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 판매됐다"면서 "(은행들이) 묻기도 전에 무지성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를 마련했다고 운운하는 건 자기 면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를 열어줬다고 말한다. 당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충분한 가입 의사를 거치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얘기하는 가이드라인은 2019년 당국이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말한다. 당국은 과거 라임·옵티머스·DLF(파생결합펀드) 펀드 사태 이후 대대적인 투자 보호 조치 방안을 내놨다. 다만 이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일정 수준(20∼30%) 이상인 ELS 등 주식연계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고 녹취·숙려기간·핵심설명서 교부·공시 등 절차만 거치면 판매할 수 있게 했다.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은행권이 ELS 같은 고위험 상품을 얼마나 판매하고 리스크(위험)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사전 점검했어야 했는데 관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5년(2018년 8월~2023년 8월)간 금융권에서 펀드, 신탁, 보험 등 상품의 불완전판매 금액 규모는 6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은행이 약 3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ELS 판매와 관련해 제재한 건은 단 7건에 불과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고, 과거 비슷한 사태에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을 내면서 (이번 H지수 ELS 사태까지) 반복된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은 사전에 특정 시기에 특정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것을 위험 신호로 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완벽한 사전 예방이 어렵다고 하면 불완전판매에 대해 강력하고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비슷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