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교육사전] 위기의 교권…"정치적 기본권 보장 필요"

2023-11-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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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들 "서이초 사건 재수사하라"

지난달 24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초등교사노동조합원들이 이 학교 A 교사에 대한 교권 회복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A 교사는 학생 간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책상을 밀쳤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이날 A 교사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초등교사노동조합원들이 이 학교 A 교사에 대한 교권 회복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A 교사는 학생 간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책상을 밀쳤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이날 A 교사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시작된 전국 교사들의 교권 보호 외침은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교권 보호 4법(초중등교육법·교육기본법·교원지위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일각에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과 함께 궁극적인 교권 보호를 위해 교사의 법적 권한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가 공무원이자 시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 박탈되면서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수업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국교사일동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교사노조 등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서이초 교사 사건이 '혐의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진상 규명은 계속돼야 하며 해당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아동복지법 개정을 재차 촉구했다.  
 
"'정서적 학대' 조항, 구체성·명확성 없어"
아동복지법 17조 5항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국교사일동을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이날 "법원은 아동복지법상 학대를 형법상 학대보다 넓게 처벌한다"며 "별다른 설명이나 예외 없이 '누구든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성과 명확성이 없는 '정서적 학대' 조항으로 교사의 말과 행동이 쉽게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원단체들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가 실제 기소되는 비율이 1.6%에 그친다는 통계는 전혀 위안이 되지 못한다"며 "오히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어려운 동료가 98.4%에 이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의 순직 처리를 요구하며, 해당 사건의 진상 규명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7일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유족 측은 경찰에 수사 기록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정보공개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대규모 교사 집회를 열었던 전국교사일동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서이초 진상규명 및 순직인정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등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교사 집회를 열었던 '전국교사일동'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서이초 진상규명 및 순직인정,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등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아동복지법 개정, 서이초 사건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에 동의한 12만5000여명의 교사와 시민 서명을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도 방문해 사건 재수사와 정보공개 촉구서를 제출했다.
 
"의사결정권 없는 교사…현장과 먼 교육 정책" 
일선 교사들과 교원단체 등에선 교권 보호를 위해선 '정서적 학대'를 모호하게 규정한 아동복지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앞서 발표한 교권보호대책이 현장에 적합하도록 꾸준하게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교권 보호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교사의 법적 권리가 회복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무원이지만 시민이기도 한 교사의 정치 참여는 헌법·법률상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금지된다. 교육기본법 6조는 '교육이 정치·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방편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14조 4항은 '교사의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 지지나 반대를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최근 교육계에선 현행 법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근거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학교 수업이나 학교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주지 않고 정치적 선동이나 편향된 정치교육을 하지 않는 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용선 교육의길연구소 소장은 "정책과 정치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교사들이 정책 의사결정을 할 수 없으니 현장과 거리가 먼 교육 정책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들에게 시민 누구나 누리는 정치적 기본권을 부여하면 교육은 물론 사회도 보다 건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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