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31·노리치시티)의 '사생활 영상 유출'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이 황 선수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황 선수와 여성들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유포자로 실제 전 연인이 아닌 '형수'를 지목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와 함께 경찰이 황 선수의 사생활 영상 유포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유포된 성행위 영상을 황 선수가 불법적으로 촬영한 정황이 포착돼 사건이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은 황 선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황 선수는 "상대 여성의 동의 하에 촬영한 영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상 속 여성은 "동의한 적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가 불법촬영 혐의 성립의 중요한 구성요건이 되기 때문에 향후 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생활 폭로자는 형수?…'처벌불원' 의사에도 기소 가능성 有
황 선수 사생활 영상 폭로 사건의 시작은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25일 인스타그램에 황 선수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황의조는 상대와 애인관계인 것처럼 행동하며 잠자리를 취하고 다시 해외에 가야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황 선수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노출했다.
그러자 황 선수는 다음날인 26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경찰에 유포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촬영물 유포 및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황 선수는 "영상은 지난해 도난 당한 휴대전화 안에 있었던 것들"이라며 "작성된 글 내용은 모두 사실 무근이며, 유포자는 사생활 영상을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저를 협박한 범죄자"라고 입장을 밝혔다. 유포자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게시하기 전인 지난 5월부터 황 선수에게 "사진을 유포하겠다", "기대하라. 풀리면 재밌을 것"이라는 식의 협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유포자가 황 선수의 형수 A씨로 드러나며 사건이 반전됐다. 황 선수는 "형수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촬영물 유포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허정회 변호사(법무법인 안팍)는 "촬영물 유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는 범죄로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다"며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도 일반적인 협박과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황 선수가 처벌불원의사가 있더라도 기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경중과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휴대전화를 해킹 당했고 다른 누군가가 유포한 것"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경찰은 기술적으로 외부 침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아 해킹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의자 전환…"합의" vs "몰카"
하지만 영상 속 피해 여성이 이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황 선수와 피해자 간의 통화 녹취,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피해 여성이 "내가 분명히 지워달라고 했었고. 내가 다 어찌됐든 싫다고 했었는데 근데 왜 그게 아직도 있냐"고 묻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변호사는 "삭제하기로 하고 영상을 지운 후 또 촬영한 영상이 유포된 것이고 피해자는 추가 촬영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황 선수 혐의 성립 여부는 영상 속 여성의 동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만일 향후 황 선수가 기소된다면 이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면 혐의가 성립하는데, 동의를 한 경우는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라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법조계는 성범죄 특성상 실무적으로는 촬영자, 즉 이번 사건의 경우 황 선수가 상대방의 동의 사실을 상당 수준으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 의사를 확실하게 인정 받으려면 상대방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를 인식하고 있는 장면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명 변호사(법무법인 대웅)는 "동의 하에 촬영했다는 부분의 입증책임은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이는 황 선수 측에서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 뿐만 아니라 영상 속 두 사람의 대화에서 촬영 동의로 볼만한 대화 내용이 있었는지 등을 통해서도 촬영 동의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다만 이같은 요건이 법조문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허 변호사는 "촬영 전·후 촬영에 대해 이야기를 한 기록 등이 있다면 촬영 동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다만 동의를 얻고 찍은 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삭제를 원하면 이를 소지해선 안 되기 때문에, 그럼에도 계속 소지하고 있었다면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