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교 140주년을 맞은 양국 간 안보‧국방은 물론 과학기술‧공급망 등 경제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이다. 양국 관계는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한·영 정상회담이 런던 다우닝가(街) 10번지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열려 윤 대통령이 합의 명칭을 이같이 구상해 영국 측에 제안했다.
영국이 다른 나라와 합의‧선언 등 문서를 채택하면서 '다우닝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시아 국가와는 이번이 최초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1993년 정치적 분쟁 해결을 위해 '다우닝가 선언'을 발표할 정도로 정치적 무게감이 남다르다.
양국은 2021년 발효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영국은 독일에 이어 유럽 2위 경제 대국이지만, 한국과 영국 간 교역 규모는 작년 기준 유럽 내 6위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디지털 통상 활성화 등 보다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각오다.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영국 기업통상부가 공동 주최한 한‧영 비즈니스 포럼을 찾아 양국 경제인들을 격려했다. 영국 총리실은 "한국 기업들이 210억 파운드(약 33조8000억원) 이상 신규 투자와 추가 30억 파운드(약 4조8000억원) 규모 무역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리는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포럼에 참석해 과학기술 연대 방안을 협의했다. 오후에는 런던금융특구 시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두 차례 국빈 만찬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전날 영국 국빈 순방 공식 일정을 개시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5월 대관식 후 초청한 '첫 국빈'이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와 공식 환영식, 환영 오찬, 국빈 만찬 등을 함께했고 한국전 참전 기념비와 무명용사 묘에 헌화했다.
찰스 3세는 국빈 만찬에서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일부를 영어로 암송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도 영어로 "벗이여, 영국이여, 그대는 내게 결코 늙지 않으리라"라는 건배사를 제의했다. 이는 영국이 자랑하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04번' 시구를 인용한 것이다.
만찬에는 한국 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CJ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과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전원, 영국 측에서 수낵 총리, 윌리엄 왕세자, 데이비드 캐머런 외교장관 등 양국에서 17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