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주먹 안에 흉기가 있다고 착각해 강제로 펴다가 골절상을 입힌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녹음기가 아닌 휴대용 칼이 있다고 생각해 빼앗으려 했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만약 실제로 B씨가 흉기를 쥐고 있었다면 관장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었고 흉기를 뺏기 위해선 손을 강제로 펼치는 방법 외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형법 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심은 "A씨가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소년인 B씨와 관장인 C씨의 직업·신체 차이 등을 고려하면 서로 근접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B씨가 손에 있는 물건으로 C씨에게 위해를 가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A씨가 B씨 손에 있는 물건이 흉기라고 오해할 만한 별다른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사건 당시 B씨와 C씨는 외형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았다"면서 "B씨도 상당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그 직전까지 C씨와 몸싸움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몸싸움은 B씨가 항의나 보복의 감정을 갖고 계획적으로 체육관을 찾아와 발생했다"며 "당시 코치로서 관장과 회원 사이 시비를 말릴 위치에 있던 A씨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B씨가 위험한 물건을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