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공식적인 이동통신(MNO) 가입자 수에서 처음으로 KT를 제치며, 이통3사 순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KT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여전히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통계 착시를 주장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9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자료를 보면, 9월 말 기준 LG유플러스의 전체 MNO 가입자 수는 1829만2170개로 KT 1773만5022개보다 55만7148개 앞섰다.
LG유플러스가 KT 가입자를 추월한 건 199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순위 역전을 이끈 건 차량관제와 원격관제, 무선결제 등 사물인터넷(IoT)이다. LG유플러스는 기업간거래(B2B) IoT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도요타·KG모빌리티 등 완성차업체 카인포테인먼트 회선과 한국전력 원격검침기에 들어가는 회선을 LG유플러스가 다량 유치했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이틀 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무선 가입자 부문에서 커넥티드카 등 IoT 가입자 증가로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을 이뤘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입 회선 수 순위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KT는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률과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같은 질적인 지표에서 우위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가입자와 사물기반 회선을 구분해 해석해야 통신 시장을 명확하게 조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유플러스가 꼼수 영업으로 실적을 올렸다고도 했다. 박효일 KT 고객경험혁신본부장(상무)은 지난 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KT는 IoT 원격관제 분야에서 최저가 입찰로 월 100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요금을 받으면서 수백만 회선을 일시에 따내는 방식의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LG유플러스를 비판했다.
실제 과기정통부가 집계하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태블릿PC의 통신용 회선, 시설 감시·검침용 원격관제, 차량관제 등에 쓰이는 IoT 회선도 포함된다. 휴대폰 회선수만 놓고 보면 9월에도 KT(1359만명)가 LG유플러스(1101만명)를 앞선다.
양사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지만, 업계는 MNO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IoT 시장 선점을 노린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의 전략이 통한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2021년 11월 사장 자리에 오른 황 사장은 그간 영업이익을 개선하고, 통신·비통신 사업 전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813억원을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익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0.8% 줄었지만, 누적으론 8025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MNO 포화 상태에서 점유율이 민감한 업계 내에서 어떻게 돋보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텔레콤과 KT 양강 구도에서 자신만의 전략을 가져간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