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힘'…도요타 마진, 테슬라 앞질렀다

2023-11-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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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달러당 1엔 떨어지면 영업이익 450억엔 증가

엔저 호황 탄 질주…단기간에 막 내릴라 우려도

사진AP 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도요타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재무 기반을 달성했다." 이달 1일 2024회계연도 상반기(2023년 4~9월) 실적을 발표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야자키 요이치 도요타 부사장은 이처럼 말했다.

도요타는 일본 기업 최초로 영업이익 4조엔(약 35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도요타는 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5% 폭증한 4조5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보다 1조5000억엔(약 13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도요타의 야심은 엔저를 바탕으로 한다. 1조5000억엔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분 가운데 1조1800억엔이 환율 영향으로 창출되는 것이다. 도요타는 엔화 가치 예상치를 기존 달러당 125엔에서 141엔으로 수정했다. 엔화는 최근 달러당 150엔 수준에서 거래되는 등 엔저가 계속되고 있다. 
 
1엔 하락할 때마다 도요타 영업이익 3900억원 증가
도요타가 엔저 호황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엔화 약세는 통상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 수익에 도움이 된다”며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때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약 450억엔(약 3918억원) 증가한다”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엔화 약세와 차량 가격에 힘입어서 수익성이 급속도로 회복됐다. 실적이 살아나면서 마진이 2년여 만에 미국 전기차 테슬라를 앞질렀다. 도요타의 올해 4~9월 그룹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21% 증가한 2조5894억엔으로, 순이익률 11.8%를 달성했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의 마진(9.4%)을 상회하는 것으로, 2년여 만의 성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5592억엔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보다 1조1600억엔 증가했다. 엔저 효과로 9600억엔에 달하는 이익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 2년 전 달러당 110엔에 달했던 엔화 가치는 올해 4~9월 기간 중에는 달러당 평균 141엔으로 하락했다.
 
엔저 외에도 공급망 혼란 완화로 생산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한 데다가 차량 가격을 올린 점도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정보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도요타 및 렉서스 신차 거래 가격은 올해 3분기(7~9월) 미국에서 평균 4만674달러(약 5324만원)를 기록했다. 4년 만에 가격이 19%나 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도요타는 올해 4~9월까지 6개월 간 전 세계적으로 520만대의 차량을 팔며 역대급 판매 기록을 세웠다.
 
고금리로 인해서 도요타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판매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도요타의 재고분은 경쟁사들보다 매우 작은 수준으로, 빠른 속도로 차량이 팔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도요타의 9월 기준 미국 내 재고분은 26일분으로,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 재고분인 60일분을 크게 하회한다.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각각 49일분, 66일분 재고분을 보유하고 있다.
 
엔저 호황은 일본 기업 전반으로 스며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달 2일까지 2023년 4~9월 반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 기업 약 40%인 393개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 늘었다. 자동차 업계가 이익 증가를 견인한 가운데 방일 관광객 증가로 소매와 레저 부문 기업의 이익도 크게 늘었다. 비제조업 기업과 제조업 기업의 순이익은 각각 32%, 24% 늘었다.
 
엔저 호황 탄 질주…중국·동남아 시장 고전 우려도 
강력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빠른 속도로 전기차 전환기를 겪고 있는 데다가 엔저 호황이 급격하게 막을 내릴 수도 있어서다. 스기우라 세이지 도카이 도쿄 연구소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요타 실적에 대해 “놀라운 긍정적 결과”라면서도 엔화 강세가 도요타의 전망에 불확실성을 드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요타는 북미 지역의 탄탄한 수요 등에 힘입어 글로벌 판매량 예상치를 기존과 같은 960만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연간 판매 전망치는 기존 전망 대비 6% 내린 18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미야자키 부사장은 “긍정적인 전망을 가질 수도 있으나 우려도 많다”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등의 변화로 인해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스기우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어둡게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가 내년 2월로 예정된 데다가 고금리로 인해서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비야디 등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치킨 게임 속에서도 브랜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도요타가 강세를 보였던 동남아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도요타는 2024 회계연도 상반기에 중국에서 총 10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다. 미야자키 부사장은 “(중국에서)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전기차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할인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도요타는 2024년 3월까지의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전망을 이전 예측치인 20만2000대보다 39% 감소한 12만3000대로 낮췄다. 도요타는 2026년까지 연간 150만대, 2030년까지 연간 3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 2022년에 약 2만4000대, 올해 4~9월에는 약 5만9000대를 팔았다.
 
전기차 전환 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배터리 공장에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총 투자 규모가 13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이는 도요타가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인 5조엔(약 333억 달러)의 40%에 이른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FCV)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래차 시대를 위한 준비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야자키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증가로 인해 시장에서 판매 차량의 총 수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이것이 가격 경쟁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도요타의 질주가 단기간에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엔도 고지 SBI증권 기업조사부장은 “도요타는 이익 마진 측면에서 2025년 3월까지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미래 발전이 안정되면 테슬라가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컨설팅기업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내연차 신차 판매량은 2100만 대 감소하는 반면,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2500만 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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