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시작된 ‘디자인 코리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 규모 디자인 종합박람회다. 올해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인의 가치를 공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디자인 코리아 2023’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개막해 닷새간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기술 융합 디자인, 인간 중심 디자인, 친환경 디자인 등 최신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디자인 작품과 국내외 1000여 개 기업의 다양한 디자인 혁신 상품이 전시됐다.
‘주제 전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과 최신 경향을 잘 담아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디자인을 선보인 ‘Dot존’, 사회문제 해결까지 노력하는 디자인의 진보를 보여주는 ‘Line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Circle존’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특히 안전, 사회복지, 교육, 건강,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디자인적 해결책을 모색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LG전자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는 성별, 나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된 가전 액세서리다. 기존에 사용 중이던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에 간편하게 탈·부착할 수 있게 제작됐다. 디자인의 진보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시각 장애인용 점자 실리콘 리모컨 덮개(커버) 등에 담았다.
국내외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더 나은 기술, 환경, 사회를 위한 디자인 해법을 제시하는 국제 콘퍼런스도 함께 열렸다.
기조 연설에 나선 알렉스 갈라펜트 아이디오(IDEO) 선임 디자인 디렉터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무작정 태양광을 설치하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알렉스 디렉터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디자인해야 한다. 필요한 것만 디자인할 수는 없다”며 “매력은 중요한 요소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 위 패널보다 아름답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바나 쿠노프스키 IDEO 매니징 디렉터는 기술 발전을 사용해 디자인에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야기는 가치를 가진다. 예컨대 말하는 청바지를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청바지에 목소리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토머스 가비 세계디자인기구(WDO) 회장은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포용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디자인을 통한 혁신과 함께 지속 가능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청년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 우수디자인(GD) 상품’ 대상은 LG전자 ‘휘센 오브제컬렉션 아트쿨’이 차지했다. 휘센 오브제컬렉션 아트쿨은 액정표시장치(LCD)가 내장된 액자형 에어컨으로, 갤러리의 예술 작품과 같은 디자인과 기술이 조화롭게 결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대림비앤코 ‘세면기 높낮이 시스템’은 은상을 수상했다.
부대 행사로 진행된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시상식’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대한민국 정부 상징 등을 디자인한 김현 디파크브랜딩 고문이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산업포장은 갤럭시 등 다양한 모바일기기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진수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국내 출판계에 북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책 3000여 권을 디자인한 정병규 정병규디자인 대표에게 각각 돌아갔다.
권영걸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디자인 산업 발전에 공헌하고 디자인계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디자이너 명예의전당’ 제9대 헌액자로 선정됐다. 디자이너 명예의전당은 디자인 산업 발전에 공헌한 디자이너의 업적을 항구적으로 기리고 보존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과 위상을 높이고 발전시키기 위해 2012년 시작된 사업이다.
제9대 헌액자로 선정된 권 위원장은 디자인 학자이자 칼럼니스트, 디자인 경영자, 도시행정가다. 한국의 공간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 교수,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한샘 사장, 계원예술대 총장, 동서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하며 디자인의 보편화와 K-디자인의 세계 진출을 위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전개해왔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디자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과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소프트파워 산업”이라며 “정부도 K-디자인의 세계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