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시장 김경일)는 지난 21~22일 이틀간 연 '제18회 파주 개성인삼축제'가 성황리에 폐막했다고 31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번 축제에는 10만명이 찾아 6년근 개성인삼을 포함한 농특산물 판매액 8억 2000만원과 지역 주민의 전문음식점 수익 3억 3000만원 등 11억 5000만원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17회 축제에서 개성인삼 등 농특산물이 총 17억원이 판매됐고, 올해는 음식점 수익을 뺀 판매실적 8억 2000만원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저조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축제에 참여한 농민들 사이에서는 '인삼농가에 돌아간 수익이 되레 늘었다"며 성공적인 축제라는 평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과 근거에 관심이 쏠린다.
축제 판매실적이 곧 축제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농민들의 평가가 지역 축제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특히 축제 준비 과정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민선 8기 파주시의 의도와도 맞물려 있어 짚어봐야 할 문제다.
올해 축제가 남긴 남다른 의미와 성과를 되짚어 보자.
조합 주도에서 농민 주도 축제로…'수익금 100% 농민에 돌아가'
올해 파주 개성인삼축제는 전에 시도된 적 없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축제만 해도 김포파주인삼농협조합이 도맡았지만, 올해는 축제 운영의 모든 권한과 책임이 농민단체인 '파주시인삼연구회'로 넘어왔다.
조합이 축제 운영 전반을 담당해 왔던 기존에는 축제 기간 벌어들인 수익의 판매수수료 2%만 농가 수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농민단체가 축제 운영을 도맡게 되면서 판매 수익 모두가 고스란히 인삼농가에 돌아가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축제 기간 인삼 16톤을 판매해 7억 2000만원의 수익이 남았고, 이 중 판매 수수료 2%인 1440만원만이 농민 몫이었다.
반면 올해는 인상 8.9톤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인 4억 4000만원이 수매 주체인 파주시인삼연구회로 돌아갔다.
인삼농가가 축제에서 판매할 물량 확보를 위해 수매에 앞서 농협과 맺은 계약금을 변제하더라도 5000만~6000만원 가량의 수익이 농가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올해 축제에서 인삼 전량이 완판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방증이다.
전명수 파주시인삼연구회장은 "판매실적을 단순 비교해 축제의 성패를 논하다 보면 정작 축제의 주인이 돼야 할 농민의 현실을 놓치기 십상"이라며 "인삼 경작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준 이번 축제야말로 '진짜 성공적인 축제'"라고 평가했다.
'위기를 기회로'…인삼농가 자생력 높이는 축제로
이번 축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선 8기 들어 파주시는 축제를 위해 총 4억 9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시의회가 이를 2억 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해 축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동안 축제를 운영해 왔던 조합도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파주시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묘안을 찾았다.
조합 주도에서 농민 주도 축제로 탈바꿈해 농가의 자생력을 높이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파주시의 묘안은 통했다. 농가가 '농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축제'로 만들어 보자는 반응으로 화답했다.
농가는 인삼 수매부터 수확, 선별, 봉함 작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진행했다.
기존에는 조합과 계약한 생산 물량을 수매하는 것으로 농가의 역할이 끝났었다.
파주시 공무원들도 힘을 보탰다.
모든 과정에 직접 입회해 품질 관리, 선별 과정을 지도·관리하는 등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엄격한 선별…'완판' 기록까지
인삼 판매와 관련해 농협과의 계약에만 의존해 왔던 농민들이기에 축제에 선보일 인삼 물량을 정하는 일부터가 커다란 도전이었다.
축제 말고는 별도의 판로가 없는 농민들로서는 재고를 남기지 않아야 했기에 정확한 수요 예측이 첫 번째 관건이었다.
농민들은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출품량을 9.8톤으로 정하고 수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축제에 선보인 물량은 1톤을 뺀 8.9톤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고 엄격하게 선별 작업을 진행한 결과다.
이런 예측은 적중했다.
지난 2006년 이래 18회째 이어진 모든 축제를 통틀어 올해 축제에서 유일하게 완판 기록을 세운 것이다.
전 회장은 "많이 팔아 많은 수익을 내면 좋겠지만, 재고가 남아 싼값에 덤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인삼의 평판만 떨어뜨려 오히려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농가 역량·책임성 높여…개성인삼 품질·명성 높이는 '선순환' 불러
올해 축제 주인이 농민으로 바뀌자, 예상 밖으로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나는 판매실적만으로는 알 수 없던 또 다른 경제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
농가 수익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인삼의 품질에 대한 농가의 역량과 책임성을 높여줬다는 사실이다.
이는 농민들의 자신감과 열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축제로 얻은 수익을 그대로 분배하는 것도 좋지만 당분간 투자하는 셈 치고 기금을 조성해 농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경일 파주시장은 "축제 주도권을 농민에게 되돌려주자는 작은 시도가 인삼농가의 자생력 강화란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파주시 역시 농민들의 이런 열의를 수렴해 인삼농가들의 자생력을 북돋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