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비은행 계열사 1위였던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로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효자 계열사' 순위에도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변화라 관심이 집중된다.
30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803억원으로 은행에 이어 가장 많은 순익을 기록했다. 뒤이어 KB증권이 3611억원, KB라이프생명이 2804억원을 시현했다. 반면 4위였던 KB카드는 2724억원에 그치며 5위 계열사로 내려앉았다.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신용손실충당금 전입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나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나캐피탈은 수수료 부문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19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하나카드는 업황 부진으로 1274억원에 그쳤다.
카드업계는 전반적으로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충당금 증가로 순이익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아직 카드가 비은행 계열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사도 조만간 순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신한금융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신한카드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한 469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는 15.4% 증가한 4276억원이었다. 양사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415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신한카드(5877억원)와 신한라이프(3704억원)의 격차는 2173억원이었지만 1년 사이 1758억원 줄어들었다. 줄곧 비은행 계열사 수익 1위를 지켜온 신한카드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구길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도 우리카드가 1174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이 1091억원으로 캐피탈이 카드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별로 공격적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려는 모습"이라며 "카드 업황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은행의 순이익 기여도마저 감소하고 있는 만큼 보험, 캐피탈, 증권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따라 지주사 순위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