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세에 퇴직하고 1년간 일을 구하지 못했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뽑지 않았다. 국민연금 수령은 65세부터라 당시 소득이 없었다. 노후 자금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어쩔 수 없이 1년 계약직을 선택했다. 계약 만료 시기인 12월이 다가올수록 떨리고 주변 동료를 눈치가 보인다.(부산 지역 공기업에 근무했던 65세 김모씨)
# 대기업 하도급 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퇴직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영업을 선택했다. 회사에 취업해 나이를 이유로 적은 임금을 받으면 생활하기가 어렵다. 주변 동료들 중 회사에서 적은 수입을 받더라도 일을 지속하는 이들이 있는데 연금을 받아 생계에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다.(건설장비 운전기사 65세 정모씨)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지속하는 고령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달해 '일해도 가난한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5156만명 중 18.4%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면 2025년 1058만명을 기록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 인구 5144만명 중 20.6%를 차지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2013년 60세 정년 도입 이후 일하는 고령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세 이상 고령자 경제활동인구는 916만7000명으로 2013년 576만2000명 대비 59.1%(340만5000명) 늘었다. 55세 이상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은 2013년 기준 48.3%에서 지난해 53.1%로 4.8%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 증가 폭 2.3%포인트 대비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에서 일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23 고령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325만5000명이며 고용률은 36.2%다. 2021년에는 34.9%를 기록했는데 2위 일본(25.1%)과 3위 미국(18.0%)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한국 노인들은 가장 가난하다.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호주(22.6%)나 미국(21.6%)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고령자가 종사하는 일자리 질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은퇴 시기가 앞당겨져 50대 초반이면 은퇴해 많은 사람이 질 낮은 일자리로 간다"며 "한국 노동시장은 은퇴한 고령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중장년층처럼 왕성하게 일하면서 소득을 갖고 자기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일자리가 사실 없다. 그럼에도 노인 노동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생활 대책이 굉장히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의 포괄 범위가 낮고 노후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비중이 작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고령연금이라든가 기초수급자로 지원을 받지만 빈곤을 넘어설 수 있는 생활 지원이 공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아파트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75세 신모씨는 "소규모 제조업에 종사하다 사별 후 일을 시작했다"며 "몸이 아프지만 업무 강도가 낮은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70대 김모씨도 "병원에서 세탁 일을 하다 그만둔 후 청소 일을 하고 있다"며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돈을 벌고 싶어 일을 시작했는데 고된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장기 근속률은 저조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이 진행 중인 노인일자리사업은 공공형·사회서비스형·민간형으로 나뉜다. 이 중 민간형 일자리 사업 중 '시니어인턴십'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인턴십 18개월 이상 근속률은 2021년 17.0%, 2022년 12.1%, 2023년 6월 기준 10.5%로 꾸준히 하락 추세다. 김민석 의원은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는 중요한 생계수단이 되는 게 노인일자리사업"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적확하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인 연령대별 세분화를 통한 세심한 노인 고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교수는 "노인 일자리 문제는 연령에 따라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계층과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계층으로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며 "고용부가 은퇴 계층에 대해 재교육과 재훈련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노인들이 일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연금 개혁을 하는 게 하나의 길일 것이고, 연금 수혜가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노인 생활 대책 등을 좀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대기업 하도급 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퇴직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영업을 선택했다. 회사에 취업해 나이를 이유로 적은 임금을 받으면 생활하기가 어렵다. 주변 동료들 중 회사에서 적은 수입을 받더라도 일을 지속하는 이들이 있는데 연금을 받아 생계에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다.(건설장비 운전기사 65세 정모씨)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지속하는 고령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달해 '일해도 가난한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5156만명 중 18.4%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면 2025년 1058만명을 기록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 인구 5144만명 중 20.6%를 차지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노인 고용률 OECD 최고 수준이지만 빈곤율 가장 높아
한국에서 일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23 고령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325만5000명이며 고용률은 36.2%다. 2021년에는 34.9%를 기록했는데 2위 일본(25.1%)과 3위 미국(18.0%)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한국 노인들은 가장 가난하다.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호주(22.6%)나 미국(21.6%)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고령자가 종사하는 일자리 질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은퇴 시기가 앞당겨져 50대 초반이면 은퇴해 많은 사람이 질 낮은 일자리로 간다"며 "한국 노동시장은 은퇴한 고령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중장년층처럼 왕성하게 일하면서 소득을 갖고 자기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일자리가 사실 없다. 그럼에도 노인 노동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생활 대책이 굉장히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의 포괄 범위가 낮고 노후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비중이 작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고령연금이라든가 기초수급자로 지원을 받지만 빈곤을 넘어설 수 있는 생활 지원이 공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노인 고용 정책 연령대별 세분화해야"
아파트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75세 신모씨는 "소규모 제조업에 종사하다 사별 후 일을 시작했다"며 "몸이 아프지만 업무 강도가 낮은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70대 김모씨도 "병원에서 세탁 일을 하다 그만둔 후 청소 일을 하고 있다"며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돈을 벌고 싶어 일을 시작했는데 고된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장기 근속률은 저조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이 진행 중인 노인일자리사업은 공공형·사회서비스형·민간형으로 나뉜다. 이 중 민간형 일자리 사업 중 '시니어인턴십'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인턴십 18개월 이상 근속률은 2021년 17.0%, 2022년 12.1%, 2023년 6월 기준 10.5%로 꾸준히 하락 추세다. 김민석 의원은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는 중요한 생계수단이 되는 게 노인일자리사업"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적확하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인 연령대별 세분화를 통한 세심한 노인 고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교수는 "노인 일자리 문제는 연령에 따라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계층과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계층으로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며 "고용부가 은퇴 계층에 대해 재교육과 재훈련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노인들이 일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연금 개혁을 하는 게 하나의 길일 것이고, 연금 수혜가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노인 생활 대책 등을 좀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