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기업들의 연간 해외수주 300억달러 돌파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 낭보가 울리면서다. 올해 해외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4년 연속으로 돌파하게 되는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국내 건설업계에 '제2 중동 붐'이 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와 24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건설기업의 올해 해외수주액은 259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사우디에서만 총 86억달러에 달하는 수주고를 올리게 됐다. 이는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37%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5년간 사우디 연평균 수주액인 34억 달러의 2.5배 수준이다.
올 들어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측에서 6조5000억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따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에서 5조원 규모 알포신 항만 개발 공사를 진행 중이며 후속 공사도 추가로 수주했다. 지난 3월 리비아에서 수주한 7억9000만 달러 규모인 ‘패스트트랙 발전 프로젝트' 공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네옴 더라인 지하터널 첫 번째 구간을 현대건설과 공동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며 더라인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계획 중이다.
이번 순방에서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여러 건설사들이 현지 기업·기관과 맞손을 잡는 등 성과를 보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주거 인프라 건설사업을 위한 MOU 체결했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사우디 투자부, 현대건설과 3자 MOU를 맺고 부동산 개발사업 및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해외건설협회도 1300개 회원사를 보유한 사우디건설청(SCA)과 건설협력 MOU를 체결했다. 협회는 MOU를 통해 현지 협력업체 발굴과 건설 프로젝트 공동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공동성명을 통해 건설 및 인프라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네옴프로젝트를 비롯해 키디야·홍해 개발·로신·디리야 등 사우디 인프라 사업 추가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인건비가 급등하는 등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300억 달러 달성은 우수한 성과라고 본다"며 "다만 투자실적이 해외건설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번 협약들이 실제 건설계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해외건설업계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350억 달러, 2027년 500억 달러까지 수주 규모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00억 달러는 무난하게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중동 전쟁과 금리 인상 등 세계적 경기 둔화로 목표 달성에는 변수가 생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