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세기 경제협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1973년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수주를 시작으로 토목과 건축 사업, 원유 수출입에 집중됐던 양국 협력은 2000년대 이후 석유화학 플랜트, 해수담수화 등 '산업 인프라' 설비로 진화했다.
'포스트 오일(Post-Oil·석유 이후)' 시대를 맞이한 최근에는 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헬스, 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로 협력이 확대됐다.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머니와 우리의 첨단 기술‧노동력 조합이 상호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세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산업(방산)과 안보 분야 협력도 고도화될 전망이다.
◆'포스트 오일 시대' 대응 디지털·청정에너지·바이오헬스·우주 분야 협력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우디 왕립과학기술원(KACST)에서 개최된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했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양국의 공통 관심 분야인 디지털·청정에너지·바이오헬스·우주 분야에서 연구개발과 산업 간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이에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 주택부와 체결한 국가 차원의 '포괄적 디지털 전환 협력' 양해각서(MOU)에 이어 사우디 주요 5개 도시(리야드, 메카, 메디나, 담맘, 제다)에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도 5G 기술을 바탕으로 사우디 에너지 기업들과 디지털 네트워크 전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청정에너지'에서 사우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조량을 가져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 생산의 최적지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그린수소 인프라를 구축, 석유 강국에서 수소 강국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가장 앞서 있어 양국 협력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다는 평가다.
'바이오헬스' 협력에서 핵심은 스마트팜이다. 사막국가인 사우디는 자국 내 소비 식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해 식량안보 강화 차원에서 스마트팜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한국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작물 육종 기술 등이 결합된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자랑한다.
'우주'는 양국 모두의 관심사다. 사우디는 지난 6월 기존 우주위원회를 정보통신기술부 소속 우주청으로 개편하고 여성 우주인을 배출하는 등 우주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도 우주항공청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양국은 미국의 나사(NASA) 아르테미스 달탐사 프로젝트 등에서 협력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연구자들과 기업인들이 과학기술 협력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양국이 과학기술에 기초한 미래지향적인 연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와 인적교류 등을 통해 후속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방산 협력 급물살..."막바지 단계"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국빈 순방을 계기로 양국 방위산업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날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김 차장은 "방위산업은 사우디와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사우디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우수한 방산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가 사우디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우리 방산 수출 성과를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등을 이용한 공격을 받아 요격미사일 도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출이 성사단계에 와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면서도 구체적인 무기 체계와 수량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구체적인 무기 체계와 수량을 거론하면 주변 국가가 이를 추정할 수 있어 사우디 측이 민감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