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트봉크뭄주에 설립한 중국·캄보디아 우호병원은 현지 의료 여건을 개선해 주민 의료 비용을 효율적으로 낮췄다.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 소재 밀가루 가공공장은 중국 공정설계와 기계 장비 지원으로 개조해 생산력이 크게 증가했다. 아프리카 보츠나와 마할라피에 마을에 있는 수처리 설비는 중국 기업 지원으로 개조돼 단수 현상이 사라졌고 수질도 보츠나와 생활용수 공급 기준보다 훨씬 높다."
“중국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는 멕시코에서 ‘디지털 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중국 농촌 전자상거래 모델이 지난 3년간 멕시코에 뿌리를 내리면서 약 1500개 멕시코 영세기업이 전자상거래 상인으로 변신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발전 경험은 멕시코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재와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일대일로 부각하는 중국
중국 현지 관영 매체가 최근 보도한 중국 대외 핵심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사업 주요 내용이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 사업이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고품질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적극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이른바 '일대일로 2.0' 버전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11월 제3회 일대일로 심포지엄에서 “민생과 직결되는 작지만 아름다운 일대일로 사업을 대외 협력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며 ‘더 현실적(接地气)이고 대중적(聚人心)인 사업을 구축하라"고 언급한 뒤 나타난 변화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문제연구소(SAITA)에 따르면 일대일로 단일 건설 프로젝트 평균 계약 규모는 2021년 5억5800만 달러(약 7555억원)에서 3억2500만 달러로 줄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채무 상환 기간이 짧은 소규모 대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을 늘려가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디지털 실크로드···기술 리더십으로 우군 확보
17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도 ‘일대일로의 고품질 건설을 추진해 공동 발전과 번영을 함께 실현하자’를 주제로 대형 인프라 건설보다는 디지털 경제, 친환경 발전, 민생 등 방면에 초점을 맞춰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중국은 포럼을 계기로 일대일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실크로드’ 건설이 중국 일대일로의 새로운 추진제로 떠오른 모습이다. 5G, 전자상거래, 디지털경제 등 분야에서 중국 기술 표준을 연선국가의 디지털 생태계로 확대시킨다는 게 디지털 실크로드다. 화웨이·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인터넷 대기업들이 적극 동참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CMP는 “디지털 실크로드 추진은 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에 중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일대일로 사업의 흡인력을 높여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등 남반구 국가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림타이웨이 싱가포르 사회과학대 교수는 SCMP에 "4차 산업혁명을 이제 막 시작한 대다수 개발도상국에서 중국에 이러한 기술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며 "서방의 기술 제재를 받는 중국으로서도 우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국에도 이득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림 교수는 “기술은 일종의 소프트파워"라며 "중국이 기술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각국이 중국 표준을 채택하도록 강요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디지털 사업은 대형 인프라 사업과 달리 단기적이고 자본집약적이라는 점이 메리트가 있다고도 했다.
디지털 못지않게 친환경 발전도 최근 중국이 중점을 두는 분야다. 중국 태양광 기업 룽지솔라와 중국에너지건설집단이 우즈베키스탄에 1GW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이 최대 규모로 해외에 투자한 태양광 사업으로 이를 통해 연간 23억㎾h에 달하는 전력을 현지 주민에게 공급함으로써 천연가스 소비를 연간 5억8800만㎥ 줄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페트로 위안화···탈달러에 위안화 영토 확장세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 위안화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일대일로 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까지 20개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으며 17개 국가와 위안화 청산·결제를 협의하는 등 위안화 거래를 확대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외국 정부 또는 기관이 중국 본토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판다본드’ 누적 발행 건수는 99건이며 발행액만 1525억4000만 위안(약 28조2305억원)에 달한다
위안화·달러 투자를 병행하는 일대일로 투자 전용기금인 '실크로드 기금'은 6월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75개 사업에 투자했으며 투자액만 220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 이란·러시아 금융 제재와 같은 미국의 '달러 무기화' 움직임 속에 달러 리스크가 커진 일부 국가들에서 위안화가 달러 대체 통화로 부상하기 시작함에 따라 위안화 영토 확장세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SCMP는 앞으로 더 많은 일대일로 국가에서 달러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위안화로 더 많은 무역과 자금 조달 투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BNP파리바자산운용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는 지난 5월 친환경 민생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 중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판다 채권을 발행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카메룬·케냐·탄자니아 등 대외 채무 5% 이상은 이미 위안화로 채워졌다.
위안화는 ‘페트로 달러’ 지위도 넘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전통 우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페트로 위안화', 즉 석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내용을 협상할 정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제재를 받는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베네수엘라·인도네시아는 이미 중국과 석유 거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고 BNP파리바 보고서는 전했다.
총지출 1조 달러·교역액 19조 달러···숫자로 본 일대일로 10년
한편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밝힌 후 지난 10년간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지출한 액수만 1조 달러를 넘는다. 올해 6월 말 현재 152개국, 32개 국제기구와 일대일로 사업 계약을 200개 이상 체결했다.
일대일로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과 일대일로 관련국들 간 수출입 총액은 19조1000억 달러에 달하며 같은 기간 세계 무역 증가세보다 높은 연평균 6.4%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수요 부진 속에서도 중국과 일대일로 관련국들 간 교역액은 2조9000억 달러로 중국 대외 무역 총액에서 4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졌을 때는 일대일로 화물열차가 빛을 발했다. 당시 글로벌 해운이 마비되자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유라시아 화물열차가 뱃길을 대신한 것. 현재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 노선은 84개며 유럽 25개국 211개 도시와 연결돼 일대일로 국제 물류에서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6월 말까지 중국~유럽 화물열차 누적 운행 횟수만 7만4000회, 화물 총 운송량만 7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