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펫보험 제도개선안을 내놓고 '펫 전문 보험사' 진입을 허용했지만 보험권 일각에선 성공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미니보험을 판매 중인 디지털 보험사들도 소액 보험료로 높은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는 구조여서 펫보험만으로 시장에 뛰어들면 부실 보험사가 난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핀테크 업체의 수요가 존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해당 상품이 플랫폼 마케팅을 위한 '미끼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6일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고 보험·수의업계와 협력해 동물병원과 펫숍에서 △보험가입 △간편청구 △반려동물 건강관리·등록 등이 가능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진료항목 표준화와 진료내역 발급 등 관련 인프라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보험권은 사업 다각화가 가능한 이번 개선안을 반기면서도 신규 플레이어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반응도 나온다. 펫보험만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부실 보험사가 난립하는 가운데 '치킨게임'식 경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험권 관계자는 "펫 전문 보험사 설립 시 펫 보험료가 대인보험 대비 낮아 비대면 영업 중심인 디지털 보험사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며 "기존 디지털 보험사들도 중저가 상품 포트폴리오로 장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펫 전문 보험사들 역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보험 상품은 대면 채널이 없어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이 없다. 이에 가격 경쟁력이 최대 무기로 여겨지며 소비자들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디지털 상품을 택하고 있다. 다만 한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반 보험사 대비 손해율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기존 디지털 보험사들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각각 91억원, 181억원 손실을 냈고 같은 기간 캐롯(165억원)·신한EZ손해보험(13억원) 역시 적자를 이어갔다.
일각에선 핀테크 업체 진출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돼 단순 고객 데이터 취득을 위한 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보험사들이 DIY(Do It Yourself)상품 등을 통해 펫·여행 보험 등 실생활 소액단기보험을 이미 개발해 판매 중"이라며 "현재 미니보험만 판매 중인 디지털 보험사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에 굳이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결국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인해 관련 데이터를 자사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