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2% VS 39.37%.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p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치권과 언론,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결과라는 얘기다.
'내년 총선 가늠자', '수도권 민심 바로미터'라고 할 정도로 주목 받으면서 선거 시작부터 뜨거웠다. 각당 후보 선출 과정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원 사격에 나섰다. 병상에 누워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유세 현장으로 향했다. 거대 양당이 사활을 걸었던 셈이다. 여야 지도부의 총력전에도 불구, 결과는 싱거웠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예선 한 경기를 치렀다. 본선은 아직 남았다. 승리한 민주당은 자만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이 잘해서 이겼다고 보기 힘들다. 실제 민주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낮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일인 1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31%, 민주당 29%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이 대표 방탄 국회를 지속했고, 보선 과정에서 전략공천이 이뤄진 탓이다.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그리고 이 대표의 결단도 필요하다. 더 이상 당을 방탄이나 사법 리스크의 구렁텅이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국민의힘은 우선 17%포인트 격차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6.51%)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48.68%)의 득표 차이는 고작 2.7%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2.61%포인트의 격차로 민주당을 눌렀다. 불과 1년 만에 민심은 180도 뒤집혔다.
결국 선거 패인 분석에서 내년 총선 수도권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낮은 자세도 필요하다. 김기현 대표가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아직까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자기성찰을 통한 쇄신과 혁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 민심을 파악하고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까지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고, 공석인 대법원장과 내달 공석이 되는 헌법재판소장 인사까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내 경기도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로 인해 기업들과 서민 경제가 힘든 상황이다. 외교 일정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 충돌로 차질을 빚으면서 단기간에 국면을 타개할 모멘텀도 쉽지 않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언급한 '분골쇄신'(粉骨碎身).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뿐 아니라 대통령실, 정부도 명심해야 하는 말이다. 말로만 그친다면 내년 총선에서 어느 한쪽은 필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