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곳곳에서 “사람이 없어 공장 가동을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급감과 20·30세대 제조업 기피현상이 맞물리면서 채용이 곧 생존으로 직결되는 모양새다.
특히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등의 공정기술을 이용해 제품 형상을 제조하고 특수 기능을 부여하는 기초공정산업인 뿌리 산업군 인력난이 심각하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발표한 '중견기업 외국인고용허가제 수요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300인 이상 뿌리 중견기업 69.0%가 “채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신규 인력 수요는 기업 1곳당 평균 41.3명이자만 실제 충원한 인력은 8.5명에 불과했다. 비수도권은 충원율은 18.8%, 수도권도 33.7%로 낮았다. 충원율은 생산직, 사무직, 생산지원직, 단순노무직 순으로 낮았다.
인력난의 원인으로는 △위치(38.3%) △대기업보다 낮은 임금(35%) △이직(21.7%) △제조업 기피(20%) 등이 꼽혔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A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수도권에 위한 뿌리산업 사업장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지방에 사업장이 우리 같은 회사는 채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상반기에 4명을 뽑는다고 채용공고를 냈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려 겨우 한명을 뽑았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뿌리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8개 업종 미충원율이 모두 20%가 넘었다.
디스플레이 산업 미충원율이 37.9%로 가장 높았고 조선(36.3%), 기계(35.3%), 철강(35.0%), 자동차(30.2%) 업종이 뒤를 이었다.
조선업계도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조사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20만3441명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3일까지 총 231개의 종합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건설 현장에서 기술인력 채용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건설사는 전체 94%로 집계됐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건설현장 직무를 기피하는 것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에서 중소 건설업체를 운용하고 있는 A 대표는 “근무시간이 길고 밖에서 일을 해야하는 점이 젊은층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며 “현장 직원에게 수당을 더 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인력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인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