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돋보기-⑤] 어진 부회장, 절세 달인?⋯오리무중 속 아파트 '지분 쪼개' 증여

2023-09-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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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 예고에 20대 초 자녀에 고가 아파트 증여⋯현 시세 약 90억원

공시가격 인상 전 발빠른 대처로 부회장 부부·자녀 모두 절세 효과 '톡톡'

사진안국약품
[사진=안국약품]
먹는 눈영양제 '토비콤'으로 유명한 안국약품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유로 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과세당국이 안국약품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실제로 관세청이 지난달 중순 안국약품을 상대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국세청도 안국약품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지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의혹 그리고 탈세 혐의로 내우외환에 빠진 안국약품을 집중 분석해 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2020년 불법 임상시험·리베이트 등 사법리스크로 인한 법인 매각설이 제기된 긴급한 상황에서 두 아들에게 서울 강남구 소재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이 예고되자 절세 전략을 펼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어 부회장은 2020년 8월 서울시 성동구 소재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한 채를 장남(1996년생)과 차남(1999년생)에게 각각 절반씩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파트는 어 부회장과 아내 김모씨가 2015년 7월 40억원(공시가격 28억원)에 매매했다. 각각 지분 80%, 20%씩 가지고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90억원 안팎을 오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여가 이뤄진 시기는 안국약품이 불법 임상시험과 불법 리베이트 제공 등의 의혹으로 구조조정과 매각설이 나돌 정도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같은 해 어 부회장은 임상시험 관련 약사법 위반과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부동산 및 세무 관계자들은 어린 자녀를 향한 갑작스러운 증여는 어 부회장의 절세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20년은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종부세 폭탄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최대 화두였다.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현실화하는 방안을 확정하자 이 같은 불안은 더욱 확산됐다. 

실제 같은 해 10월까지의 증여 건수가 이미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다주택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어 부회장 부부도 갤러리아포레 외 압구정동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어 종부세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지분쪼개기 증여로 억대 세금 절약⋯“증여세 마련 과정도 초미의 관심사”

결론적으로 어 부회장은 공시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함으로써 부부의 보유세 부담은 줄이고,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자녀의 증여세 부담도 낮춰 온 가족이 절세 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과세표준 증여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수증자가 부담해야 할 세율은 50%에 달한다. 증여 시점인 2020년 당시 해당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34억5700만원이었다. 

만약 두 아들 중 한 사람이 지분을 통째로 증여받았을 경우 증여재산공제(5000만원), 누진공제액(4억6000만원) 등을 적용해도 증여세는 12억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두 아들이 지분을 각각 나눠 가지면서 과세표준 증여액은 17억2800만원대로 감소, 이들은 각각 40%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각각 약 5억원 수준의 세금을 물게 되면서 한 사람이 증여받은 것보다 약 2억원 가량의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 

자녀들 나이대를 감안하면 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두 아들이 현재 증여세를 납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등기부등본상 증여 이듬해인 7월 두 아들 각각 5억원대의 납세담보제공 계약을 맺은 점을 보면, 장기에 걸쳐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A 세무사는 “당시 각종 부동산 정책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증여 전략 관련 문의가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어 부회장 자녀의 10년 내 사전증여재산, 부담부증여 등 여부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쪼개기 증여로 약 2억원 정도의 절세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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