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더 큰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이었다면 최근에는 갑자기 비행기가 등장한 기분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금융권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김진현 우리은행 DI추진본부장은 7일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3 GGGF)’에서 ‘금융, 인공지능을 위한 전환’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금융권에서의 무궁무진한 AI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AI 서비스가 효율성을 키워드로 고도화하는 이유는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개수는 2019년 6709개에서 2022년 5800개로 13.5%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금자동인출기(ATM)도 약 3만6000개에서 2만9000개로 19.4% 줄었다.
반면 은행의 주요 상품인 신용대출과 정기예금의 비대면 상품 비중은 2019년 28.8%, 80.7%에서 2022년 68.5%, 90.1%로 각각 39.7%포인트, 9.4%포인트 확대됐다. 은행 업무의 주요 무대가 오프라인 점포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 채널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체하면서 인적자원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AI 은행원을 고도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디지털 고객 경험을 개선해 더 많은 고객을 비대면 채널로 유도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AI를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은행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AI 기술이 인간의 언어 처리 방식에 가장 근접한 ‘생성형 AI’에 도달한 것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인간 수준의 추론·대화가 가능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금융소비자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가능성을 확인한 은행권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AI 은행원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앞서 자동차와 비행기의 비유를 환기하면서 “금융회사가 AI로 하늘을 날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원활한 머신러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은행권에서는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금융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금융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이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도 2년 전부터 금융언어모델을 생각해 이를 구현하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김 본부장은 “우리은행은 2년 전부터 비정형 데이터 자산화 과제를 하고 있는데 이번달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회사에서 만들어진 문서의 실시간 머신러닝을 가능케 해서 실시간으로 재학습하고, 그 결과를 (AI의) 말하는 능력과 결합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