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재판통역上] "통역사 없어 피고인 면담 차질"…'외국인 사건' 꺼리는 변호사들

2023-10-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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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이 2018년 8월 법원 최초로 법정 통역인 인증시험을 실시했다 법원은 이주민이나 외국인이 재판을 원활하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도록 통역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시험을 도입했다 사진수원지법
수원지법이 2018년 8월 법원 최초로 '법정 통역인 인증시험'을 실시했다. 법원은 이주민이나 외국인이 재판을 원활하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도록 통역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시험을 도입했다. [사진=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 사이에 외국인전담재판부가 '기피 재판부'로 꼽히고 있다. 외국인 피고인과 대화가 돼야 변호를 할 수 있는데 매번 법정통역사에게 통역을 받아 피고인을 면담하기에는 현행 제도상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통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켜 놓고 피고인과 면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외국인 전담재판부를 담당하는 국선변호인들이 외국인 피고인 변호 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 피고인과 면담할 때는 대화를 통역해줄 법정통역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통역사와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아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충분한 면담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총 5개 재판부가 외국인 사건을 맡고 있다. 이 중 형사17단독에서는 외국인 사건을, 형사12단독은 외국인과 소년사건을 전담한다. 합의재판부 2개와 항소부 1개에서는 성범죄와 함께 외국인 사건을 배당받고 있다. 서울고법은 형사5부에서 식품보건과 함께 외국인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피고인이 외국인일 때는 법원에서 '법정통역인'을 통해 변호인이 피고인과 소통하고 재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법정통역인은 각급 법원 등에서 외국어 법정 통역을 맡아 피고인의 의사 진술이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법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법정 통·번역인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외국인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를 배정받은 국선변호인들이 외국인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선변호인들은 피고인 면담 시 통역인 일정까지 고려해 피고인 면담 일정을 잡아야 해 면담을 자주 할 수 없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법정통역인은 전담 법정에서 통역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생업이 있는 통역인들이 법정통역인 후보자로 지정돼 있다가 통역이 필요할 때에만 활동하기 때문이다.

한 국선전담변호사는 "외국인 피고인은 해당 국가 법제와 우리나라 법제가 다를 때 이를 설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에 앞서 법정통역인과 면담 일정을 잡는 것부터 원활하지 못해 더 시간을 많이 잡아먹게 된다"며 "구속 피고인은 구치소 접견 일정을 잡으면서 동시에 통역인이 가능한 일정도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피고인과 면담 일정을 잡는 것부터 어렵다 보니 국선변호인이 직접 영어로 면담을 진행하거나 통역 앱을 쓰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번역 앱이 오역할 가능성도 있고 법률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유효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업무상 횡령’ 등과 같이 한국 법률상 ‘업무’는 대체로 가중처벌 사유가 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대부분 ‘업무’를 ‘직업’이라는 의미를 가진 ‘occupation'으로 번역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국선전담변호사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피고인들은 한국어로 자기 의사를 표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어설픈 한국어로 인해 진정한 의사가 왜곡되는 사례가 있다"며 "한국어로 말한 내용에 대해 다시 피고인 모국어로 말하고 통역 앱으로 확인해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통역 앱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법적인 용어에 대한 진정한 의미까지 앱이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며 "피고인 권리 보호를 위해 원활한 법정 통·번역이 가능하도록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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