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년에 걸친 칩거를 끝내고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탄약난에 빠진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대신 위성 등 첨단 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추가 무기 공급과 기타 군사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이달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만나 정상급에서 무기 거래 협상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주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러시아에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데 따른 대가로 위성, 핵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첨단 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할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 방러는 쇼이구 장관이 지난 7월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쇼이구 장관이 방북 기간 중 김 위원장에게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이날 북·중·러 연합훈련과 관련해 “왜 안 되겠나. 이들은 우리 이웃”이라며 “(연합훈련을) 당연히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쇼이구 장관 방북 기간 중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대표단도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친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다자간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북·중·러 연합훈련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논의가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러 군사협력에 진전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협력을 통해 각종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국제사회 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 역시 러시아를 돕는 대가로 식량 지원 등 체제 결속을 위한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특히 식량난 위기 속에서 북한은 내부 안정을 위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잇달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김 위원장이 방러 이후 중국 방문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 위원장 방러를 시작으로 북·중·러 밀착에 탄력이 붙으면서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