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시중은행들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약 7000조원에 달하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곧 인하할 예정이다. 가계 이자 부담을 줄여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다. 예대마진 축소가 우려됨에도 은행권은 잇달아 예금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중국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전날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6대 국유은행 중 한 곳인 교통은행에서 기존 주담대 금리 조정에 관한 회의를 한다는 통지문이 올라왔다. 신문은 교통은행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주요 은행에서 이미 기존 주담대 금리 조정 계획안을 준비했으며, 현재 상부의 통지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최근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인민은행의 입장이 기존의 '지지 장려'에서 '지도'로 바뀌면서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 하이퉁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중국의 기존 주담대 잔액은 38조6000억 위안(약 6991조원)이다.
현재 중국의 기존 주담대 평균금리는 약 4.8% 정도인 반면, 1분기 말 기준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4.14%다. 둘 사이에 약 60bp(1bp=0.01%포인트) 차이가 있다.
인민은행은 이달 기준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10bp 인하했다. 6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내린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도 앞서 6월 10bp 인하했다. 그런데도 기존 주담대 금리는 인하가 되지 않아 대다수 중국인은 금리 인하 혜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중국은 1주택 구매자의 주담대 금리만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중국의 기존 주담대 잔액 중 90% 이상이 생애 첫 주택에 묶여 있다. 지난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80% 이상도 첫 주택 구매를 위함이었다고 중국 주택건설부는 밝혔다.
현재 중국 중산층의 약 70%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데, 기존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 이자 부담이 줄어든 만큼 내수 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기존 주담대 금리 인하가 정책 금리를 5~10bp 인하하는 것과 같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이미 정책 금리 인하로 인한 영향에 더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지만,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권은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이퉁증권은 기존 주담대 금리를 60bp 내리면 은행의 연간 이자수입이 2000억 위안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지난해 은행권 전체 순익이 2조3000억 위안임을 감안하면 순익이 약 10% 줄어드는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부동산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증가, 지방정부 부채 급증, 중소기업 등 금융취약계층 대출 지원 등으로 부실 대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은행권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내달 1일부터 대형 국유은행들은 예금금리를 5~20bp 인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