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부작용에···결국 규제 '철퇴' 맞은 게임업계
지난 2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공개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이를 게임·게임 홈페이지·광고 등에 표기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발의했으며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첫 사례다. 법은 내년 3월 14일부터 시행된다.법이 시행되게 된 것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이 지나치게 낮아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폭넓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확률형 아이템이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인 과금을 사실상 강제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BM)에 의존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2004년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내에 첫 출시한 이후 국내에 빠르게 자리 잡았고 현재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사 매출 중 80% 이상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수익으로 본다. 이날 기준으로도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9개가 국내 게임인데 이 중 8개가 확률형 아이템 비중이 큰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처음에는 '랜덤박스' 방식이 주류였지만 이후 확률 요소가 무기·방어구 등 장비 강화, 캐릭터·펫 수집 등 다양한 부분에 적용되면서 방식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최종 아이템을 뽑기 위해 두 차례 이상 뽑기를 강제하는 '컴플리트 가챠(이중 뽑기)' 등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이처럼 확률형 아이템이 확산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왔고 결국 법적으로 규제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기존에도 게임사들이 자율 규제에 따라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법으로 강제됐다.
이커머스 '랜덤박스'는 법적 규제 아직 없어
이커머스에서 7000~1만원에 랜덤으로 '명품'을 준다는 랜덤박스 역시 전자상거래법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2017년 공정위 제재를 받았던 우주마켓은 여전히 거짓 후기 조작과 공급 방식, 확률 정보가 빠져 있는 등 시정되지 않은 상태다. 우주마켓은 '불만족' 이용 후기를 누락하고 당첨자 10인 후기만을 공개하고 있어 댓글만 봤을 때 소비자가 고급 상품에 당첨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이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 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아직 전자상거래법상 '확률형 상품에 대한 확률 정보 표시'와 관련해서는 이를 제재할 만한 실효성 있는 법안이 없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확률형 상품에 대한 확률 정보 표시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 상품 등의 정보 제공에 관한 고시(상품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개정된 고시에는 관련 내용이 적용되지 않았다. 상품 고시는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등을 함에 있어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자상거래 법령의 하위 규정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법적 규제를 시행한 게임업계 역시 단순 아이템 확률 공개만으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부작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초 컴플리트 가챠를 원천 금지하는 법안도 함께 논의됐다가 게임업계 반대 등으로 인해 불발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의당은 지난 2월 확률형 아이템 공개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후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안을 시작으로 컴플리트 가챠 규제 등 사행성 도박에 가까운 게임들을 바로잡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