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교사가 직접 학교 민원을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학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을 2학기부터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원은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하도록 통합민원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기대만큼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교원 개인이 아닌 기관이 학교 민원에 대응하는 체제로 개선한 게 핵심이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개별 연락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담을 한 것과 달리, 사전 예약 과정으로 '질 높은 상담'으로 전환한다"고 전했다.
2학기부터 '민원대응팀' 시범 운영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은 유치원과 통합 운영된다. 각 교육청과 학교는 2학기부터 민원 대응팀을 자율적으로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원으로 분류되면 학교장이 책임지고 처리한다. 개별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원은 교육지원청 내 '통합 민원팀'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인공지능(AI) 챗봇을 개발해 단순·반복되는 민원 등을 응대할 방침이다.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을 개선해 지각이나 결석 증빙자료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학교장에게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은폐하지 않도록 관련 의무를 부여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에게 학교장이나 교원이 사안을 은폐·축소해 보고하면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도 추진한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의 특이 민원은 교육활동 침해 유형으로 규정했다. 다만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 대상으로 서면 사과나 재발 방지 서약, 특별 교육 이수 등 제재를 신설했다.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근거도 마련한다.
'학생인권조례' 자율적 개정 추진
교육부는 내달 중으로 소지품 분리 보관·훈육 시 교실 밖 분리 방법 등 현장 안내 사항을 담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해설서를 배포한다. 해당 고시안에 따르면 학생이 교원에게서 2회 이상 주의를 받았는데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교사는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다. 문제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권한도 주어진다.아울러 유치원 현장에 적합한 고시 해설서도 개발하고, 특수교육 대상자의 문제 행동인 '도전 행동'을 어떻게 대응할지 알려주는 행동 중재 지침도 마련한다. 보육교사 권리 보호를 위해 보건복지부 주도로 영유아보육법 개정도 추진한다.
특히 교육부는 '학생생활인권조례' 개선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수정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할 것을 예고했다. 다만 조례는 각 시도교육청의 자율적인 개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대에 못 미쳐...시행령 개정 속도 내야"
교사들은 이번 교권 보호 대책이 "기대만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거의 12개 이상의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결국 교권 보호를 위해선 입법과 후속조치 이행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입법을 기다리기보다 시행령 개정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김 본부장은 "교권 입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에 신청하면 열 수 있게 하는 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직위해제 요건을 강화하는 부분도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민원대응팀을 구축해 서둘러 시행한다는 방안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민원과 개별 학교에서 처리 못 하는 민원을 어떻게 구분하냐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 교감인 A씨는 "(학부모와 하는) 민원과 상담은 많을수록 좋다"면서도 "민원대응팀을 구성한다고 하는데, 어떤 민원에 대응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학생을 '교육활동 침해자'로 분류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교권 침해 진단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을 교육활동 침해 행위자로 분류한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교권 침해 책임자로 모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