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안보‧경제‧기술‧인적교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포괄적인 협력 관계와 공조를 제도화하는 틀을 만들었다. 한반도와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준3국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미·일 결속을 경계하는 중국‧러시아‧북한과의 대립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끝나고 6시간 만에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공역에서 군용기 42대를 동원한 해·공군 합동 순찰과 훈련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영문으로 글을 올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협력을 위한 새 장을 열었다"고 자신했다.
이는 3국 협력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한·미·일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문서 채택을 거론한 것이다.
'원칙'에서 3국은 "한·미·일은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다"며 경제와 안보,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계속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신'에서 3국은 연 1회 이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협의체도 최소 연 1회 열기로 합의했다. 3국 군사훈련 역시 정기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실시하며,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는 올해 말까지 이행하기로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공약'이다. 한·미·일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공동 위협이 발생할 경우, 정보를 공유하고 메시지를 동조화하며 대응 조치를 조율하는 것이 골자다. 정상회의 직전까지 미국은 구속력이 약한 '공약(commitment)'이 아닌 '의무(duty)'로 합의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정상회의 전날 "3국 중 어떤 나라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상황이나 위기가 발생할 경우, '협의할 의무(duty to consult)에 서약(pledge)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3국은 "한미·미일 동맹 양자 간 상호방위조약을 대체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며 "국제법 또는 국내법 하에서 권리나 의무 창설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공약 후반부에 명시하며 수위를 다소 낮췄다.
노골적인 중국 견제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에 최초로 중국을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3국은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이라며 중국을 역내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지목했다.
또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면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등을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 공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국민의힘은 "3국 협력을 한 단계 격상시킨 우리 외교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끊임없는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우리는 이제 더욱 강력해진 3국 안보 협력으로 맞서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멀쩡한 한·미 동맹을 놔두고 일본과 '준군사동맹'을 맺는 것이 국익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가"라며 "안보공동체 참여로 국민 부담이 늘어나고, 우리 군의 '전략적 자율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회의가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미국의 숙원이었던 '한미-미일 군사동맹 연계'의 실마리를 풀어 기존 오커스(미국·영국·호주·AUKUS)와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QUAD)에 필적하거나 더 큰 잠재력을 가진 모임이 등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를 한기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지역의 안보 위험을 높이고 긴장을 조성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두 번째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한국 개최가 유력하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문과 엑스에 "다음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는 한국 총선(4월)과 미국 대선(11월) 등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