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패턴(눈속임 상술)'에 대해 정부가 감시를 강화하면서 법조계는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법률자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 발표가 기업들에 재정비 기회를 준 것인 만큼 향후 법적 구속력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착각과 실수를 유도하는 '오도형' 다크패턴은 위법성이 커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다크패턴 규제 관련 입법 논의를 진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관련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어 견해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는 다크패턴 유형을 구체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를 규제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 상태다.
불붙은 다크패턴 입법화···해외에서는 이미 규제
다크패턴 규제와 관련해 국회에는 총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4개(김용판·송석준·이성만·이용우 의원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인영 의원안) 1개 등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결제를 취소하거나 회원 탈퇴하는 방법을 찾기 어렵게 하는 행위, 구독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거나 결제대금이 늘어날 때 고지하지 않는 행위 등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인터페이스(UI)를 설계, 수정 또는 조작해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소비자의 조작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UI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고 있는 개정안도 있다.
다크패턴 유형을 구체화하고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국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호주 등은 특정 옵션 사전선택 등 주요 다크패턴 유형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은 민법·가격표시법 등을 개정하고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Digital Service Act)을 개정해 다크패턴 유형을 나열했다.
다크패턴 법률자문 확대···"오도형 위법성 크다"
주요 로펌들은 다크패턴 규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는 공정거래 관련 자문을 전담해 온 강일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가, 세종에서는 정보통신산업(ICT) 팀장을 맡고 있는 강신욱 변호사(33기)가 주축을 맡고 있다. 율촌에서는 최근까지 공정위에서 근무한 황윤환 변호사(32기)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평은 지난해 세미나를 개최해 다크패턴 규제 방향을 안내하기도 했다.법조계는 공정위 가이드라인이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규제 칼날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본다. 강일 변호사는 "소비자들이 환불할 수 있는 조항들이나 이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다크패턴에 해당되지 않도록 스스로 한번 잘 점검해 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윤환 변호사도 "명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보여줌으로써 사업자들이나 소비자들한테 오히려 예방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현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규제로 가는 과도기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공정위는 지침에 그치지 않고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후속 조치도 추진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최근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자 학원가를 대상으로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해 대대적인 다크패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다크패턴 유형을 세분화한 만큼 기업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법조계는 조언했다. 과거에도 다크패턴이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소비자 기망 광고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신욱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은 과거 법 위반 사례를 예시로 들고 있어 처벌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대비해도 좋을 것"이라면서 "상품 가격 할인 정보 거짓 제공, 불리한 이용 후기 임의 삭제 등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착각과 실수를 유도하는 행위인 '오도형'은 위법성이 커서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일 변호사는 "오도형에는 거짓 추천·위장 광고·속임수 질문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해 위법 가능성이 높은 만큼 특별히 주의가 요구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