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거센 역풍에 맞닥뜨린 데다가 미국·일본 등 제재 여파로 중국 반도체 경기도 먹구름이 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상반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았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 집적회로(IC)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한 292억장으로 넉달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가폭은 5월 7%, 6월 5.7%보다 훨씬 줄었다. 올 들어 7월까지 반도체 생산량도 3.9% 감소한 1912억장에 그쳤다.
하지만 5월 들어 중국 경기회복세가 차츰 꺾이면서 스마트폰 등 전자가전 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재고가 쌓이자 반도체 생산량 증가세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하여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일본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리소그래피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충격을 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를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한 이후, 여기에 반도체 장비 핵심 국가인 일본·네덜란드도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는 등 미국과 보조를 맞춘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활력을 잃으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 실적도 실망스럽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는 지난 2분기 매출과 순익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 21.7% 하락한 15억6000만 달러, 4억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위 파운드리 업체인 화훙반도체도 매출은 고작 1.7% 상승한 반면, 순익은 6.4% 줄었다.
중국경제망은 중국 본토증시에 상장된 39개 반도체 기업의 올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8개사만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악화했다고 집계했다. 이 매체는 실적이 상승한 기업도 대부분은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라고도 짚었다.
한편,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강화와 중국의 반도체 자급 노력, 중국 내수 부진 등 여파로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2702억개로,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