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 기시다 내각 주요 관리들이 일본 패전일을 맞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납부했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깊은 후회'를 나타내며 과거에 대한 반성을 표했다.
15일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일본 패전일 78주년을 맞아 2차 세계대전 일본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비쭈기 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공물을 납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사과 및 언급 없이, 지난 해와 같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와 함께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과 매파로 평가받는 일본 여당 자민당 중진의원인 하기우다 고이치 중의원은 지난 해 패전일에 이어 이날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외에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약 70명도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하기우다 의원은 "우리 선조들의 영령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며 "항구적인 평화와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맹세를 재차 다짐한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240만명 이상의 전몰자 영령을 떠받드는 곳으로, 이 중에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14명의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도 포함되어 있어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 일본 총리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할 때마다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을 받은 이웃 국가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왔다.
한편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의 과거에 대한 반성의 뜻을 표했다. 그는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오랜 평화기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과거를 반성하고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으로 인해 전쟁터 및 그 밖의 지역 모두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우리 모든 사람들과 함께 진심 어린 조의를 표한다"며 "세계 평화와 우리 조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