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상하이 외환시장(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279위안 오른 7.2865위안으로 마감했다. 역내 시장은 오전 9시30분(현지시간)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가동하지만 인민은행은 당일 오후 4시30분 환율을 종가로 본다.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역외 시장에서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7.3183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중국 당국이 정책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도 위안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자인한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선행지표 격인 정책 금리를 내리면서 오는 21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년 8개월 만에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터지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달러당 6위안대에서 횡보했던 위안화 환율은 지난 5월에 7위안대로 올라선 이후 줄곧 약세다. 올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5.5% 급락했다.
불똥은 우리나라 환율로도 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규제가 많은 위안화 대신 원화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아 원화가 위안화의 프락시(대리·Proxy) 통화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0.9원으로 지난 5월 18일(1334.2원)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133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한·미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에 지난달 18일 126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일(현지시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1300원대로 반등한 뒤 11일에는 1320원을 돌파한 바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다. 지난달 집중호우와 이달 태풍 등 기상 악재로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악재가 등장한 상황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던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농산물과 에너지 등을 뺀 근원물가는 3.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는 이달부터는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경기 부진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