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정부 부처 장관 업무추진비(업추비) 사용 규모와 내역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지출한 업추비는 가장 적게 쓴 여성가족부보다 10배 가까이 많았다.
9일 각 부처에 따르면 상반기 중 업추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건 이종섭 국방부 장관(5027만원)이었다. 업추비는 공무원이 부처나 국회 등에서 대외 업무를 할 때 사용하는 돈이다. 이전에는 '판공비'라고 불렸으며 주로 식사나 행사 비용으로 쓰인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 특성상 경호 취약 우려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적과 사용 장소·시간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이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둘째로 많은 업추비(3174만원)를 사용했다. 통상 업추비 사용처는 서울과 세종에 집중되지만 해수부 장관은 전국구로 활동한 점이 눈에 띈다.
해양을 관할하다 보니 부산·통영 등 지방에서 식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지난해 취임 후 휴일을 제외하고 엿새에 하루꼴로 현장을 찾았다. 또 주로 횟집이나 생선구이집에서 간담회나 회의를 진행하며 수산물 소비 촉진에 앞장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2504만원)이 셋째로 많았고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2312만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2292만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2244만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2066만원) 등 순이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1464만원)은 타 부처 장관과 달리 '도시락 회의'를 즐겼다. 햄버거나 샌드위치, 토스트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며 업무를 보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에 방문해야 할 현장이 많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배달해 먹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와 여성가족부는 업추비 집행 규모가 1000만원 미만이었다. 여가부는 각 부처 중 가장 적은 551만원에 불과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업추비 규모가 1000만원가량 증액됐음에도 상반기 중 798만원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모호한 때에는 부총리가 사비를 쓴다"고 귀띔했다. 주로 찾는 음식점도 삼겹살집이나 중식당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었다.
한편 외교부·법무부·고용노동부 등은 상반기 업추비 집행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이번 집계에서 빠졌다. 한 부처 관계자는 "업추비는 공개 규정만 있을 뿐 마감 기한은 없어 부처마다 공개 시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