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종단할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시도 선제적 대응에 돌입했다.
시는 우선 폭염 때 설치했던 야외 그늘막, 옥외간판·가로수 등이 전도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들을 고정하고 결박 여부를 확인했다. 또 현수막, 공사장 임시 시설물, 가림막, 타워크레인 등 보강이 필요한 시설물도 점검을 마쳤다. 지하차도·하천제방·급경사지 등 취약시설도 점검했으며 배수로를 정비하고 방수포를 설치했다. 특히 저지대나 침수취약지역 하수관로와 빗물받이를 점검하고 청소도 끝냈다.
시는 폭우가 내리기 전 환경미화원, 통·반장을 통해 빗물받이 배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침수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시는 10일부터 태풍 카눈 직접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는 하천, 저지대, 지하차도 등 침수 또는 안전취약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위험요인 발견 시 선제적으로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하천은 예비특보 단계부터 공무원, 경찰, 자율방재단으로 구성된 '하천순찰단'을 가동해 진입을 사전에 통제하기로 했다.
또 '지하차도'는 침수 위험 시 차량통제반을 배치해 경찰과 함께 사전 통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카눈' 영향권에 드는 동안 강풍 피해 대비, 비상시 동행 파트너·돌봄공무원 등을 통한 즉각적인 구호활동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달라"며 "태풍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때까지 철저한 근무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도 일제히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송파구는 지난 8일 실무부서 대책 회의를 열고 도로시설물 점검과 위험지역 예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송파구는 관내 6개 빗물펌프장과 저류조 등 침수 방지시설 7200여 개 가동을 유지하고 소형 양수기 943대를 확보해 필요시 즉각 투입하기로 했다.
관악구는 전 부서장과 동장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보고회를 열고 주요 부서별 조치 사항과 세부 대응 계획을 꼼꼼히 점검했다. 건설공사장, 대형 옥외광고물, 가로수 등 시설물을 점검하고 유동 시설물은 고정하는 등 긴급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반지하 폭우 침수 참사를 겪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5월 '2023년 풍수해 안전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 방재성능목표를 기존 시간당 95㎜에서 최대 110㎜로 전격 상향하고, 침수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경고하는 '침수 예·경보제'를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서울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가 올해 다시 닥쳐도 인명 피해가 단 한 명도 없도록 빈틈 없는 수해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에 추진 중인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은 올해 착공하고 하수관로, 빗물펌프장 등 방재설비는 100~110㎜ 강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개선하기로 했다. 재해지도 역시 이 기준에 따라 침수예상도 업데이트를 완료했다.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은 1단계로 2027년까지 도림천·강남역·광화문에 건설하고 2단계로 2032년까지 사당역·한강로·길동 일대에 대해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빗물펌프장은 사천·대치사거리·언남로 등 3곳에 신설하고 금호·양재 등 6곳 펌프 용량을 지속해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충북 오송 지역 주민들은 11일까지 100∼200㎜ 정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충북 전역에 태풍 예비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도를 비롯한 11개 시·군은 유관기관과 함께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초토화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주민들도 이제 겨우 복구 중인데 태풍 카눈이 온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2년과 2003년 태풍 '루사'와 '매미'를 겪은 강원 영동 지역 주민들은 최고 600㎜에 달하는 물 폭탄이 예보되자 과거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태풍 카눈이 과거 루사 때처럼 엄청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데다 천천히 내륙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잼버리 임시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에 나서 "태풍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 잼버리 참가 대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지자체,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숙소 주변 침수·낙하물·산사태 등 위험요소에 대한 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영외 프로그램 지역에 대한 태풍 관련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전날 새만금 영지를 떠난 청소년 대원 등 잼버리 참가자들이 8개 시도에서 마련한 숙소에 묵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이날 오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체험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면서 서울 한강 댄스나이트, 경기 화성행궁 답사, 충남 보령 머드 체험 등을 예로 들었다.
행안부는 국장급 9명을 포함해 총 130명을 파견해 숙소 등에 대한 안전과 청결 상태, 의료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