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림역·분당 서현역 등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이 강력 대응을 강조하며 대책 가운데 하나로 흉기 소지 의심자에 대해 선별적 검문검색을 하는 '불심검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각에서는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하루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 불심검문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시민들을 향한 흉악 범죄를 '사실상 테러행위'라고 규정하면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특별치안활동에는 인파가 밀집하는 광장이나 지하철역·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전국 247곳에 경찰관 1만2000여 명을 배치해 순찰과 검문검색을 병행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께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인근에서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흉기를 들고 돌아다닌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남성을 추적하던 사복 형사들은 인상착의가 비슷한 중학생 A군을 발견하고 불심검문을 시도했다. 그러자 A군이 뛰어 달아났고 이 과정에서 넘어져 머리, 등, 팔, 다리를 다쳤다.
A군 아버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칫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로 미성년까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고 글을 올리면서 불심검문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들끓었다. 불심검문은 2010년 인권 침해 문제로 폐지됐다가 2년 뒤 아동성범죄, 묻지마 범죄 등 강력범죄 대책 일환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이 연달아 일어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살인 예고글이 무더기로 올라오자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는 분위기다.
시청역 인근 회사에 재직 중인 김모씨(33)는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있고 난 후 매일 타는 지하철 출근길도 무섭게 느껴졌다"며 "원래는 내가 불심검문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불쾌감이 느껴져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었는데 불심검문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권모씨(40)는 "지금은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국민 전체 안전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일정한 기준과 매뉴얼에 따른 불심검문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불심검문 관련 요건과 절차를 철저히 지킨다면 인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효과적인 범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경찰청 불심검문 현장 매뉴얼은 '용의점 선별 방법' 등 불심검문 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효습 캡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불심검문 절차만 제대로 지킨다면 경찰관들이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흉기 소지 의심자 등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며 "다만 요건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라고 두루뭉술하게 돼 있어 그러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경찰관들이 매뉴얼에 따른 요건을 충분히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