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경기 속 긴축 경영에 돌입하자 소속 임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임금 상승과 책임 경영 등을 내세워 집단 활동을 개시하거나 새로 노조를 결성하기도 한다. 노조 결성이 집중되는 산업군은 기존 제조 분야에서 최근 몇 년 새 IT 분야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는 국내 사업을 전개하는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6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이하 공동성명)에 따르면 네이버와 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 총 8개 법인은 최근 2023년 임금교섭을 완료했다. 해당 8개 법인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라인플러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엔아이티서비스(NIT)·엔테크서비스(NTS) 등이다.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등 2개 업체를 제외하곤 최종 임금 합의 행사인 조인식도 진행했다.
이번 임금교섭 타결은 네이버 각 사에서 노사 양측이 모두 노력한 결과다. 네이버지회 관계자는 "모든 협상이 그렇듯 노조의 최초 제시안이 온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나, 노사 서로 양보하며 얻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네이버는 장기간의 교섭 결과 노사 갈등의 봉합 단계에 돌입했지만 카카오와 엔씨소프트, 구글 등 국내 다른 IT기업은 이제 대화를 시작할 단계다.
카카오에선 최근 노조 단체활동으로 노사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에서 최근 희망퇴직 제도 등을 실시하며 고용 불안이 커지자 카카오 노조가 단체행동을 단행한 것. 지난달 26일 300여명이 참가한 이 집회에서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영어명: 브라이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책임 경영을 물으며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노조는 카카오 경영진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실적 부진으로 인해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고문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 2021년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후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이 지탄받았음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달부터 다음달 사이 열릴 단체협약에서 사측과 관련 더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카카오 사측이 열린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보여 향후 빠른 노사 갈등 해결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 상반기 노사가 새로 출범한 업체도 있다.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는 올해 4월 민주노총 화섬노조 산하에 노조 '우주정복'이 출범하며 노사 갈등이 본격 점화됐다. 우주정복은 권고 사직과 상명하복 조직 문화, 폐쇄적 평가 제도 등을 지적하며 임직원들의 공감을 얻었고 가입자 1000여명을 모았다.
엔씨소프트 노조가 생긴 직후 같은 달 구글코리아 노조가 새로 생기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산하에 구글코리아지부가 출범한 것. 해외 본사의 인원 감축 기조로 국내 지사도 영향권 안에 들었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알파벳이 올해 1월 전체 인력의 6%를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구글코리아는 감원 대상자 1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IT업계 노사 갈등이 앞으로 더 격화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IT 산업은 업력은 짧지만 최근 성장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그간 쉬쉬해온 노사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IT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업체가 IT 대기업으로 변모하면서 임직원들이 요구하는 임금이나 복지 등도 기준이 더 높아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