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신 친구나 애인과 함께 사는 비(非)친족 가구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비친족 가구의 구성원 수도 2년째 100만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결혼과 혈연에 묶인 전통적인 가족의 경계선이 옅어지고 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비친족 가구 수는 1년 전(47만2660가구)보다 8.7% 늘어난 51만3889가구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많다.
비친족 가구는 일반 가구 가운데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뜻한다. 법적으로 혼인이나 부양 책임 등으로 묶이길 원치 않는 연인, 동성 부부, 마음에 맞는 친구들 간의 동거,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하는 관계 등이 비친족 가구에 속한다.
일반 가구 중 비친족 가구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친족 가구는 2015년 일반 가구의 1.1%에 불과했으나 2017년 1.6%, 2020년 2%에 이어 지난해 2.4%까지 올랐다.
행정구역별로 보면 비친족 가구의 79.2%(40만6914가구)는 읍이나 면이 아닌 동에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13만7421가구)에 비친족 가구가 가장 많았고, 서울(10만7951가구), 인천(3만4846가구)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생물학적) 가족과 살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비친족 가구원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비친족 가구원은 109만8224명으로, 지난 2021년에 이어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5년 비친족 가구원이 47만1859명으로 6년 동안 2배 이상 뛴 것이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현재 가족 정책은 여전히 전통적 의미의 가족인 '정상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방향성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1인 가구는 물론 비친족 가구가 늘어나는 등 가족 형태가 바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생활동반자법 입법화 등을 통해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