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KDB산업은행 노사 간 논리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측은 동남권 육성을 위한 조직 개편 이후 성공적 지방시대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평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부산 이전 논란에서 핵심은 방향성이 전혀 다른 국가 균형 발전과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가치 사이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측은 본점 이전을 통해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을 국가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축으로 육성하고 부산을 금융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국내 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 해양산업금융2실을 신설하는 등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이 밖에도 부산이 해양금융 특화 도시인 점을 고려해 해양물류 분야 혁신, 차세대 친환경 선박 도입 등을 지원하는 해양특화금융 서비스 강화에도 힘썼다.
산은 측은 “지난 6월 항만, 물류센터 등 해양물류 가치사슬 전반에 대해 스마트·그린화를 지원하는 12억 달러(약 1조5263억원) 규모의 해양물류 인프라 전용 투자 프로그램을 출시했다”며 “차세대 선박금융 전담팀을 신설해 해양산업 분야 장기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국책은행으로서 경쟁력을 상실해 종국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라리 부산 이전 절차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을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투입해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는 가칭 ‘지역성장기금’을 조성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방은행과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지역별 전통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등 동남권 외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 편중된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재무학회에 따르면 산은 부산 이전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 1조2452억원 중 약 78%에 해당하는 9703억원이 동남권에 집중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전북 전주 등 타 지역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전북이 제3의 금융 중심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계속 뒷전으로 밀리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핵심은 왜 부산에 특혜를 몰아주냐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계속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본점 이전으로 인한 인력 유출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퇴사자 수는 2020년 35명, 2021년 46명, 지난해 97명 등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에도 벌써 50명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 더 많은 인력이 산은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노조 측은 “외부 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산은 본점과 거래하는 기업고객 중 23.3%가 산은 부산 이전 이후 인력 이탈로 인한 금융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