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美 보호주의 장벽에···상반기 韓 전기차 점유율 줄었다

2023-08-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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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산 전기차 판매량 대폭 늘 때 한국車 5.9% 증가 그쳐

현대차·기아, 보조금 못 받아 불리···미국車 점유율 71% 압도적

갈수록 강력해지는 자국 보호주의로 인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현대자동차그룹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등 이미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계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미국·유럽연합(EU)의 판매량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 상대적으로는 열위에 처했다.

제조사 국적별로 살펴보면 미국계 브랜드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60.7% 증가한 46만6665대를 팔았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68.5%에서 71.2%로 확대되며 미국 전기동력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유럽계 브랜드도 신규 라인업 확대와 미국 내 전기차공장 가동, 공급망 안정화에 다른 생산회복 등에 힘입어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125.5% 증가했다. 전체 전기동력차 판매도 전년 대비 69.1% 증가한 10만1498대다.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22년 상반기(14.1%)보다 1.4%포인트(P) 증가한 15.4%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계 자동차 업체는 미국 현지 공장 조기 착공에 나서며 IRA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국계 브랜드는 리스 및 렌트 등 상업용 판매 비중 확대와 기업차원의 인센티브 지급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5.9% 증가한 4만6800여대에 그쳤다. 미국 전기동력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7.2%로 2022년 상반기(10.5%) 대비 3.3%P 줄었다. 한국 자동차 판매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유럽계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8월 시행된 IRA로 인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기차 모델 판매 순위도 밀려났다. 현대차·기아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는 올 1~6월 미국에서 총 1만3641대를 팔아 전년 대비 0.4% 줄었다. 모델별 판매 순위는 7위를 기록했다. 기아 EV6는 판매량은 전년 상반기 대비 33.7% 급감한 8328대다. 아이오닉5·EV6 등 주력 전기차종이 최대 7500달러(약 985만원)에 달하는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주춤한 사이 경쟁사들은 보조금을 수령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 Y는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9만8800대)보다 약 92.1% 늘어난 18만9827대를 팔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 외에도 모델3와 모델X 등도 각각 판매 순위 2위, 5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자리했다. 

미국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IRA를 강행하고 있다.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 및 스텔란티스(지프·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이에 힘입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인 현대차·기아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불리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GV70이 유일한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미국업체보다 3750~7500달러에 달하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공장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에 공장 설립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짓는 전기차 전용 공장은 오는 2025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소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쏘나타를 만들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소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쏘나타를 만들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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