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무기로 휘두르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기대감이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면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주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전투가 길어질 수 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7월에 14%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으로, 7월 기록으로만 봤을 때 약 20년 만에 최고 오름세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투자 노트를 통해 브렌트유가 오는 12월까지 배럴당 86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날 84달러 수준에서 거래 중인 브렌트유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탄탄한 수요,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의 감산이 유가를 떠받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인 하비에르 블라스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80만 배럴로, 2019년 같은 기간 평균인 9990만 배럴보다 높았다.
아울러 미 연준의 금리인상 막바지에 따른 약달러 역시 유가 상승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원유는 통상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유가가 저렴해 보이는 효과를 발생시켜 원유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
경제 전망 낙관론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는 탄탄한 고용시장에 힘입어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미 노동부는 이번주 7월 고용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들은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20만개 늘었고,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3.6%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미국 경제가 매달 필요로 하는 일자리 증가폭은 7만~9만개 수준으로, 기준금리 급등에도 고용시장의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경제 성장 회복을 위해서 연일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국제 유가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내달부터 추가 감산에 나설 계획이며 사우디 역시 이달부터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을 8월에도 이어갈 방침이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달 초 “시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8월에 5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