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묻지마 범죄' 피의자가 전과 17범이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문가들은 재범 고위험군 관리시스템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또 묻지마 범죄를 불시에 일어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 범죄의 동기를 파악해 사회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시점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일대에서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모씨(33)는 경찰 조사에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전부터 강력 범죄 징후가 보였음에도 예방·교화하는 시스템이 미비해 피해자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재범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사회시스템이 미약하다"며 "범죄의 과거 전력이 있다면 양형을 선고할 때 전자발찌부착·보호관찰·특수보호관찰 명령을 내려 지역 사회에서 관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본인 처지에 대한 비관, 또래에 대한 시기심이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 점은 과거 '정유정 사건'과 닮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청년층 사이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해 과시하는 문화가 반영된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처지 비관형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고립된 개인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사회 안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표준'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사회 안전망은 미비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불평등을 겪거나 지금 어려운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며 "범죄자의 가정 배경이나 상담 과정에서 분노의 원인 등을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처럼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건이나 참사가 사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 안정성을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적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불안감에 대한 사후관리도 필요한 이유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개인의 트라우마가 사회 전체의 트라우마가 되고 사회의 정체성·분위기·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며 "무슨 일을 당할지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물리적으로 안전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안정감 회복에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