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인하의 포문을 연 것은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농심의 시장 점유율(지난해 10월 기준)은 절반에 가까운 49.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뚜기(26.4%), 삼양식품(10.2%), 팔도(8.2%) 등이 뒤따랐다.
오랫동안 식품업계에는 가격 인상 시 선두업체가 올리면 후발주자들이 뒤따르는 불문율이 존재해왔다. 작년 가격을 올릴 때에도 농심이 선봉에 섰다. 농심이 지난해 8월에 라면과 스낵 가격을 올리자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한 달 뒤인 9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농심 관계자는 “지속적인 원가부담 상황 속에서도 소맥분 가격 인하로 얻게 될 회사 이익증가분(연간 약 80억원) 그 이상을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농심 발표 3시간 후인 같은 날 오후 5시에 삼양식품이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평균 할인율은 4.7%다. 오뚜기와 팔도는 하루 뒤인 28일에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이러한 불문율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 60%에 달하는 선두업체인 SPC가 물가 억제에 나선 정부에 가장 먼저 화답했다. 지난달 28일 파리바게뜨가 선제적으로 빵류 30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자 CJ푸드빌은 뒤늦은 이달 6일에 뚜레쥬르 가격 인하 계획을 내놨다. 총 15종 품목으로, 평균 인하율은 5.2%다.
유업계에선 매일유업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매일유업은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커피 14종의 소비자 가격을 100∼200원(평균 5.1%)씩 내렸다. 매일유업은 국내 컵커피 시장 점유율 44%(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정부의 식품 가격 인하 권고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커피값 인하를 결정했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매일유업이 움직이자 릴레이 인하 움직임이 커피업계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다른 유업체들이 매일유업의 뒤를 따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컵커피를 생산하는 유업체(서울우유, 남양유업, 빙그레 등)와 동서식품,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등 커피업계는 가격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원두 가격이 지난해 최고점 대비 하락한 것은 맞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20% 이상 높은 수준”이라면서 “설탕 등 다른 원재료 가격도 오른 상태라 가격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