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 등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3주 사이 차량 침수 피해가 1000여 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은 88억원으로 추산됐다. 손해보험업계는 슈퍼 엘니뇨에 따른 집중호우가 6월 말부터 시작되면서 관련 손해 규모가 올해 역대급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995대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은 88억9900만원에 달했다.
손보업계는 무엇보다 집중호우가 올해 6월 말부터 시작돼 관련 관측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장마철 침수차량 피해액 규모는 8~9월까지 합산된 금액인데다, 실질적인 장마기간이 또 도래할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4일 새 피해 건수가 2배가량 급증하는 등 관련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4일 오전까지 피해 건수는 517대, 추정 피해액은 46억9900만원이었다.
손보업계는 집중호우 시기가 빨라진 이유로 슈퍼 엘니뇨 현상을 주요인으로 보고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7~8월 엘니뇨 발생 확률 70%, 9월까지 슈퍼 엘니뇨가 시작할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달하면 국내 여름철 온도가 높아지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화재 등 손보업계는 '침수예방 비상팀' 등을 운영하며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손보업계는 저지대 등 상습 침수 지역, 둔치 주차장 등 침수 예상 지역 리스트를 최신화하고 협력업체별 순찰 구역 매칭을 완료했다. 주변 관공서·지자체와 공조 체계도 구축했다. 비상팀은 유사시 차를 신속하게 견인해 집결지로 이동시킨 후 보상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손보업계는 침수 등 위급상황 시 자동차 시동을 켜는 것은 금물이라고 당부한다. 엔진 내부로 물이 들어간 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 주변 기기까지 물이 들어가 엔진에 마찰이 일어 큰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범퍼 높이의 물길을 건널 땐 저단 기어로 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물 속에서 차가 멈추었거나 주차돼 있을 땐 시동을 걸거나 다른 기기 등을 만지지 말고 곧바로 공장에 연락, 견인해야 한다"며 "침수된 차량의 경우 공장에서 엔진과 주변 물품을 전부 분해해 청소한 뒤 운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우로 물이 범퍼까지 차오른 곳을 달릴 때는 10~20㎞/h의 속도로 천천히 통과해야 한다"며 "중간에 차를 세우면 차량 엔진을 감싸고 있는 머플러에 물이 들어가 엔진이 멈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