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및 이들 화합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에 미국, 일본 등의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갈륨은 주로 차세대 반도체 연구 개발에 필수적이다. 화합물인 질화갈륨(GaN)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전력관리 반도체와 통신 장비용인 무선주파수 반도체 등에 사용된다. 이러한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WSJ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 NXP 세미콘덕터스 및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통신 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고주파 반도체를 만드는 브로드컴, 퀄컴, 코보, 무라타제작소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일부 서방 기업은 갈륨 및 게르마늄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회사 트라피구라가 이끄는 세계 2위 아연 생산업체 니어스타는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아연 제련소에 1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게르마늄 및 갈륨 처리 시설을 세우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니어스타는 이를 통해서 미국의 연간 게르마늄 및 갈륨 수요의 80%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 유럽, 미국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미 최대 게르마늄 생산업체인 캐나다 텍 리소스의 주가는 이날 장중 1% 넘게 올랐다. 특수 반도체 및 고성능 소재를 생산하는 캐나다 5N 플러스와 갈륨 재활용 업체 네오 퍼포먼스 머티어리얼스의 주가는 각각 8.9%, 5.7% 급등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알래스카, 테네시 등지에는 게르마늄이 매장돼 있으며, 미국 내 일부 아연 광산에도 상당한 양의 갈륨이 함유돼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봤다. 미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6~9일 중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중국의 광물 통제 조치를 단행한 것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에 중국이 보복 수단을 쥐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더는 막지 말라는 경고라는 것이다.
특히 서방은 중국이 원자재 수출 조치를 확대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광물 수출통제와 관련해 “중국이 칼을 뽑았다”며 “만약 조치가 리튬 등으로 확산한다면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