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위축 비상] 공사비 1000만원 시대 온다…'천정부지' 원자재값·금리에 멈춰서는 건설현장

2023-07-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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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멘트 등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는 건설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경우 평당(3.3㎡) 아파트 공사비가 곧 100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사업 기피 움직임이 확대돼 향후 원활한 주택 공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3㎡당 평균 500만~600만원대였던 공사비가 1년도 안 돼 700만~800만원 수준으로 급증하면서다.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달 20일 기준 14건 수준이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단으로부터 공사비를 3.3㎡당 800만원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안내 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조합이 의결한 공사비 수준이 3.3㎡당 490만원인 점과 비교하면 70% 이상 가격이 올랐다.  
 
지난 4월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중단 사태를 겪었던 둔촌주공도 시공단과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여전하다. 공사비 검증을 맡은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증액 공사비 1조1385억원 중 1621억원을 검증해 377억원을 감액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부동산원이 검증한 공사비는 총 증액 공사비의 14%에 불과해 나머지 9764억원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GS건설이 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 3.3㎡당 987만2000원의 공사비를 제안했으나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이처럼 최근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급증하는 데엔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값 상승 등 공사비 인상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전국 주거용 건물 정비사업 3.3㎡당 평균 공사비는 2020년 480만원, 2021년 519만원, 2022년 607만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도 △2020년 4월 117.93 △2021년 4월 128.65 △2022년 4월 145.85 △2023년 4월 150.26으로 크게 올랐다. 

공사비가 급증하자 수주전에서 발을 빼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DL이앤씨는 최근 경기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사업 수주를 포기한다는 안내문을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수주를 하더라도 수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연초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방배신동아도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의 대결이 예상됐지만 현대건설이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포스코이앤씨의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양천구 신정4구역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두 번 연속 대우건설만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인상 압박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시멘트 업계가 가격 인상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데다 내년 '제로(0) 에너지 로드맵' 시행으로 에너지 자립률 20%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파트를 지어야 해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 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은 한 번 상승한 이후에는 하락 요인이 잘 반영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정부에서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조정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통해 공사비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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