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오는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개정 조례안'이 시행되면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가능 시기가 앞당겨지는 만큼 건설사들의 '옥석가리기'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압구정·한남·목동 등 이른바 '대어' 단지들이 곧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건설사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27일 업계 등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수주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단지 재건축 사업은 DL이앤씨와 삼성물산이 입찰 의사를 내비치면서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 바 있다.
과천주공10단지는 지하철 4호선 과천역 인근의 초역세권 단지로 '알짜 단지'로 꼽힌다.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조합은 현재 632가구의 단지를 지하 2층~지상 28층 총 1339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공사들이 수주전에서 발을 빼면서 수의계약이나 유찰로 이어지는 현상은 올들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한 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아파트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막판 입찰에서 빠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4구역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두 번 연속 대우건설만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제8구역은 2차례 유찰의 위기를 겪은 끝에 롯데건설이 맡게 됐다. 서울 중구 신당 6구역의 경우 아예 입찰한 건설사가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오른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하긴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며 “수익성 확보가 보장되는 사업을 선별해서 수주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분위기가 다음달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개정 조례안' 시행으로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압구정·한남·개포 등 입지가 좋은 곳의 사업을 따내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서울 여의도의 경우 아파트 재건축이 한양을 시작으로 시범, 공작, 은하 등 16개 단지에서 추진된다. 압구정도 재건축을 통해 1만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알짜 재개발로 꼽히는 한남 5구역과 4구역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한남 3구역과 2구역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시공권을 따냈다. 시공사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DL이앤씨와 GS건설 등이 설욕전을 펼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갈수록 원자잿값 등 공사비 인상 압박이 강해지는 흐름 속에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에 나서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특히 앞으로 압구정, 한남 등 사업성과 공사비가 보장되는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을 앞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