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 정하는 'AI 판사' 재판지연 해소하나...법조계 '편향성' 우려

2023-06-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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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AI와 양형'을 주제로 열린 양형연구회 제10차 심포지엄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 분야에서 양형 판단 시 인공지능(AI)을 사용하면 적정형량 판단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법조계의 의견이 나왔다. 다만, AI를 도입하더라도 오류 데이터로 인한 양형의 편향성이 우려되는 만큼 감독자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6일 열린 'AI와 양형' 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AI를 통해 양형 통계 수집과 관리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형위는 2007년 출범 이래 46개 범죄군에 대한 양형기준을 설정한 바 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오세용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양형 기준 수립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한 뒤 통계적 추론을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AI와 공통점이 있다"며 "사법 분야에서 AI를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은 양형 분야"라고 말했다. 오 판사는 책 <인공지능 시대, 법관의 미래는?>을 출간하는 등 AI 전문가로 알려졌다.
 
오 판사는 양형 AI 도입 시 구체적인 효과도 제시했다. 그는 △유사 사건의 양형 분포 현황을 파악해 시간 및 노력 절감 효과 △신속한 형량 범위 및 적정 형량 판단 △양형 편차 감소로 선고형에 대한 예측 가능성 상승 △공정한 재판이라는 인식 확대로 불복비율 감소 등의 4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실제 대만 법원이 지난 2월 도입한 양형자료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죄목과 가중요소‧감경요소를 입력하면 양형 추세를 파악해 알려준다. 오 판사가 직접 플랫폼에서 강도죄를 선택하고 증거인멸 등 가중요소와 자백 등 감경요소를 입력했더니 예상 양형으로 징역 8년~11년이 도출됐다.
 
오 판사는 "양형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면 신속하게 형량 범위나 적정 형량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판사들이 다른 복잡한 쟁점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판결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종원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김정환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최대 문제점으로 AI의 '편향성'을 꼽았다. AI가 트레이닝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 왜곡, 편향 등이 존재하는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면 편향성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는 것.
 
실제 미국에서 양형 보조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재범 가능성 AI '컴퍼스(COMPAS)'는 유독 흑인에 대해서만 더 높은 양형 의견을 도출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챗GPT가 진보 성향에 치우쳐 있어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검사는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학습해 판단구조를 형성하므로 데이터가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면 AI 역시 편견을 답습할 위험이 있다"며 "식별하기 어려운 디테일은 무시하고 AI 자신이 인식 가능한 데이터에 더 가중치를 두는 문제가 종종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양형 AI를 도입하더라도 감독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과 의사 결정의 배후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형 AI의 제작단계 및 이후의 운영단계를 감독할 기관이 필요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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